[기고] 김선일 강내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빗소리가 굵다. 와장창 하늘의 창이 열린 것 마냥 몇 시간째 비가 쏟아졌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동틀 무렵 걱정되는 마음에 밖으로 나갔다. 생전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흙탕물에 이미 미호 삼거리가 잠겨있었다.

주변에 연락을 취했다. 소방대, 방범대, 파출소 총동원하여 차량을 통제하였다. 통제는 쉽지 않았다. 차량 한 대 한 대 막아서서 설명해야 하고, '그냥 빨리 지나가면 된다, 집에 가야만 한다'고 떼를 쓰는 운전자를 설득해야 했다. 목은 이미 쉬었고, 비를 맞으며 몇 시간씩 서 있느라 진이 빠졌다. 그러나 우리의 외침이 아니면 소중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방 복구합니다.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몇 시간 뒤 오송 지하차도에서 참사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눈물이 왈칵 났다. 슬퍼할 사이도 없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과 힘을 모아 수해복구 작업을 위해 모였다. 복구작업 중에도 며칠씩 비가 오락가락하며 쏟아졌다.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 묵묵히 폭염 속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수해를 입은 집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집 앞에 멈춰 섰을 때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장까지 물이 넘실댄 흔적이 불어 터진 벽지와 진흙으로 고스란히 남았고, 가구와 가전들은 뒤엉켜 쓰레기 산 같았다. 할 말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서 있는 주인에게 먼저 위로와 희망을 말을 건넸다. "금방 복구합니다.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재빨리 강내면 행정복지센터와 지역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강내면 집수리 봉사단'을 추진하였다. 집수리 경력이 있는 내가 주축이 되고 관련 전문가, 봉사자들이 함께하는 단체였다. 지역의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시고 도와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 봉사해준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집은 안식처이다. 사람의 전부이다.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마음의 쉼이 있는 곳이다. 나는 집을 수리하면서 그 집주인의 마음을 늘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수해로 집을 잃거나 오랫동안 떠나 있어야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커지는 마음의 기쁨,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물었다. 천사가 볼 때 특별할 것 없는 인간 세상에서 그 답은 사랑이었다. 역사적인 많은 어려움에도 이 대한민국을 지금까지 존재하게 하는 힘은, 결국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다. 악몽 같은 재해 앞에서 순간 주저앉을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린 많은 봉사자의 사랑이다.

이렇게 폭염 속 봉사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그저 지쳐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하루를 정신력으로 버티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새벽이면 눈이 번쩍 떠졌다. 한 명씩, 한 집씩 회복되고 다시 세워져 가는 것을 볼 때 내 마음에도 기쁨이 컸다.

김선일 강내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김선일 강내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더위를 삼키며 힘을 모아준 우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모든 가족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복구 활동을 지원해 주신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 강내교회 봉사팀, 그 외 이름을 다 적을 수 없지만 자기 일처럼 나서주신 많은 봉사자님에게 큰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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