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는데 60세 넘었다고 찾질 않네"

14일 청주시 서원구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3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채용 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윤재원
14일 청주시 서원구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3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채용 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이성현 기자]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라는데 60세 이상은 채용을 기대하기 어렵네요."

14일 '2023 중장년일자리박람회'가 열린 청주시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이 중장년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25도를 기록한 날씨에도 박람회 분위기는 중장년들의 구직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이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변수열 충북경영자총협회 팀장은 "올해 박람회 구직자를 작년과 같은 600~700명 정도로 책정했는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1천여 명 정도가 방문했다"며 "정년퇴직 이후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장년이 매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도와 3개 기관이 주최하고 충북경영자총협회 중장년내일센터가 주관한 이번 채용박람회는 ㈜SPC삼립, ㈜심텍 등 36개 기업의 직접 참여와 ㈜동서식품, 주식회사 이지오 등 40개 기업이 간접 참여했다.

20개 지역 일자리 유관 기관 참여와 개인별 맞춤형 취업 상담 및 중장년 기술창업, 시니어인턴십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상담도 마련됐다.

[중부매일 윤재원 기자] 14일 청주시 서원구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3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윤재원 기자] 14일 청주시 서원구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3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윤재원

이력서용 증명사진 촬영·인화 부스와 타로카드를 통한 직업상담 및 퍼스널 컬러 진단 부스에는 중장년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날 참여 기업이 모집하는 331명 직무 중 70~80% 이상은 '생산' 분야가 차지했다.

변 팀장은 "도내 기업 특성 상 제조·기술·식품 업체가 많아 생산직을 구인하는 기업이 많다"며 "㈜SPC삼립, 이든푸드, ㈜원앤씨 등은 매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처음 구인에 나선 ㈜심텍 부스에는 채용 인원이 2명이지만 구직자들로 가장 많이 붐볐다.

㈜심텍 관계자는 "도내에서 잘 알려진 중견기업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를 웃돌고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한 몫한 것 같다"고 밝했다.

하지만 참여 기업에 비해 지원 가능한 직종이 다양하지 않은데다 취업 기회도 중년층에만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주시 상당구에서 찾아온 이장평(가명·69)씨는 "경비·환경미화 등 다양한 직종을 원했는데 막상 찾아와보니 생산·제조업밖에 구인하지 않는다"며 "박람회장으로 들어오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는데 결국 빈손으로 가려니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이승용(60)씨도 "나이만 60살이지 힘은 팔팔한데 정작 기업들은 60세 이상은 처음부터 거절한다"며 "중장년 일자리에서 '장년'은 제외된 박람회"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년이 지난 구직자들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14일 청주시 서원구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3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붐비고 있다. /윤재원
14일 청주시 서원구 올림픽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23 충북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붐비고 있다. /윤재원


이에 이홍래 충북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근로기준법상 정년 기준이 만 60세 이상인 만큼 참여 기업들이 정년이 지난 구직자들은 안뽑는다"며 "정부와 지자체, 기업 차원에서 함께 장년 일자리 조성을 위해 노동시장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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