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25세 교사의 자살사건을 기점으로 학교 선생님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등장하는 교권이 추락되는 어쩌구니 없는 사건을 종종 접해 왔기에, 선생님들의 이런 울분에 찬 외침에 공감이 되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마라는 표현이라든지, 임금과 스승과 어버이는 모두 같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권(敎權)의 추락은 한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절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권위가 아닌 권력을 지녔던 시대가 있었다. 40대를 전후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학교 선생님들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기억할 것이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체벌도 정당화되었고, 다양한 이유의 차별도 존재했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권'을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으며, 학생들의 건강권도 그리 신중히 받아들이지 못한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런데 어느 순간 급격히 변하게 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처럼 학생들이 당사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여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지만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개입을 통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학부모가 아닌, '악성민원인'들이 교육현장에도 등장하였다는 점이다.

제도적인 변화도 있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고, 국가인권위의 판례를 통해 공교육 내에서의 다양한 인권침해사례가 소개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인권을 말할 수 있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변화 속에서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의 불균형이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학생인권조례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을 통한 인권침해 사례가 오히려 교사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교사들이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사들 스스로가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존중받지 못하고, 과도한 업무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 일간지에서 '균형 잃은 인권'에 대해 보도하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어느 한쪽의 인권을 말하다 보니, 상대편에서 희생을 강요받는 집단이 나온다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형사 가해자와 형사 피해자 사이에서, 제소자와 교도관 사이에서, 사회복지시설의 이용자와 종사자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지나치게 보호할 경우 다른 한쪽의 인권침해가 역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인권이라는 것은 이런 상호대립과 충돌을 야기시키는 것일까? 이는 인권을 지나치게 어느 한쪽의 권리주장만으로 이해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라 생각된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전제로 한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인 인권을 말하는 과정에서는 '나'와 함께 '너', 즉 타인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져야 한다. 인간의 사회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은 궁극적으로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을 지향한다. 공동선은 다수의 이익을 말하지 않는다. 또한 공동체를 위해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한 무차별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 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구성원들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가 동등한 존엄한 존재로서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인류의 역사를 보면, 투쟁을 통한 인권의 신장이 이루어지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인권신장을 원하지 않는다. 자칫 이런 '투쟁의 인권'은 끊임없는 악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을 기반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인권의 신장이 이루어져 한다. 너무나도 성급하게 결과만을 도출하는 인권신장은 존재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과정이 있는 인권을 기반한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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