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성은숙 진천유치원 수석교사

2학기 개학을 하고 보니 유치원 아이들이 제법 컸다. 마냥 어리광만 부릴 것 같은 아이들이 한결 의젓해진 모습에 한껏 즐거운 시간을 기대해 본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여기저기 아이들의 목소리에 활기가 있지만 떼쓰는 소리, 친구들과 다투는 소리, 친구를 이르는 소리에 다시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선생님들은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며 아이들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좀 나아질까?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지도하다 보면 일 년이 휙 가버린다. 졸업쯤 되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헤어짐을 섭섭해한다.

유치원에서는 학습지도뿐 아니라 생활지도가 큰 몫을 한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갈등상황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선생님을 찾고 친구를 이르며 자기편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 재가 때렸어요", "아니에요. 재가 먼저 때렸어요".

아이들은 한결같이 상대방을 탓한다. 가족이 많으면 아이들이 사회성을 익힐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한다. 어른의 꾸지람도 받아들일 줄 알고 형제 자매간의 다툼 속에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익히게 된다.

요즈음 가족 수가 적어지니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경험이 부족하다. 한 아이에 집중하며 소중하고 귀하여 여겨 원하는 것은 다 해준다. 아이들은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여기는 것 같다. 부모들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 것이 부모 역할을 잘하는 것이라 여긴다. 아이들을 대신해서 부모들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아이들을 가장 안전하고 높은 위치에 놓으려 한다. 자신들이 겪는 갈등상황은 무조건 부모가 방패가 되어주니 아이들은 늘 부모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것은 커가면서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옳은 것은 행할 수 있도록 역량이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은 점점 성장해가며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을 직면하게 된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지내고 사회에 긍정적으로 적응하도록 해야한다.

아이들은 한순간에 성장하지 않는다. 유치원에서의 교육과정 운영 방법 중 하나는 가정과의 연계지도이다. 부모들 교사들과 같은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지도해야 한다. 이미 부모들에게 다양한 경험한 아이들이 제 각기의 모습으로 유치원에 입학했다. 시작점은 모두 다르다. 유치원에서 아무리 교사가 열심히 지도해도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성은숙 진천유치원 수석교사
성은숙 진천유치원 수석교사

오늘도 교실안은 다양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혹시 더딘 아이더라도, 기다림이 짧은 아이더라도, 변화가 심한 아이더라도 교사들은 하나하나 헤아리며 정성을 다하며 소소한 희망을 품는다. 아이들의 눈 빛에서.

키워드

#교단에서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