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석창 전 국민의 힘 제천·단양 국회의원

전국의 모든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중 하나가 바로 중앙정부 예산 확보이다. 지자체가 가진 예산은 공무원 보수, 노인 수당 등 복지예산, 상하수도 유지 보수 등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경직성 경비성 예산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중앙정부는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경제 인프라, 도로·철도·항만 등 SOC, 도시재생사업과 농산어촌 개발사업 등 정주환경개선사업 등 지역의 미래를 바꾸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예산을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 사업 집행 과정에서의 경제효과도 매우 크다. 지역에서 쓰이는 인건비·자재비는 당장의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자리가 생기니 근로자가 밥을 사먹고 술을 마시고 목욕을 하고 택시를 타고 옷을 사 입는다. 수백억원 예산이 풀리면 주변 상권이 확 살아나는걸 금새 확인할 수 있다.

한정된 중앙정부 예산사업 따려고 모든 국회의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25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예산실과 국회의원실에 숱하게 다니면서 현장에서 몸으로 익혔다.

국회의원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부처 공무원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설득해야 한다. 국정 기조를 잘 이해하고,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여 예산당국에 직접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재정법을 비롯해서 예산 당국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어긋나는 사업이나 우선 순위가 매우 낮은 사업은 아무리 요구해봤자 예산 확보는 어렵다.

인적 네트워크능력도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출향 선후배 고위공직자를 만나면 함께 고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호소한다. 행정고시 등 공직자 출신 국회의원은 예산 관련 공무원을 만나면 공통의 경험과 공감대를 강조하며 설득한다.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예산을 따기 위해 물불 안가리고 모든 전략을 동원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활동 외에도 국정을 감시하고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내에서의 실력이나 평판은 예산 확보와도 연계된다. 예리하면서도 합리적인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이 예산 요구를 하는 경우에 부처 공무원은 보다 긴장하고 경청할 수 밖에 없다. 부처 공무원이 법령 근거나 상황을 조목 조목 들이대며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의원실은 부처공무원의 주장이 맞는지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

안정적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국가철도망계획, 국도,국지도5개년계획, 하천정비계획, 상하수도 계획 등 부처별 각종 기본 및 시행계획에 선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우선순위가 낮아 본 계획에 반영되지 못한 경우에도 장기검토과제에 넣어 사업명을 부여받아야 한다. 향후 본계획에 반영될 수 있다. 장기검토과제에 사업명이 포함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향후 선순위 사업이 준공되면 장기검토과제도 차례로 본 계획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어떤 시점에는 국정 방향에 따라 관련 예산 실링이 대폭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장기검토과제 등이 바로 채택되기도 한다. 늘 요구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발생한다. 사업이 줄어들면 해당 공무원의 부처 내 역할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후순위 사업이나 장기검토과제사업에 예산을 주려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당장 예산확보가 안된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계획에 반영된 사업이 예산확보로 가기 위해서는 대부분 소관부처가 실시하는 사전타당성조사(사타)나 기재부에서 실시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쳐야 한다. 의원실은 KDI가 예타를 시행할때 방관하지 말고, 예상수요나 사업편익이 과소 계상되는지, 비용이 과다계상되어 비용편익분석수치가 낮아지는지 직접 챙겨야 한다. 많은 지역구에서 oo사업 예타대상사업 선정이나 예타통과 등을 자랑하는 현수막을 자주 본다. 필자가 철도과장으로 있을때 많은 후보자나 국회의원들과 예타 관련하여 많은 상담을 해 준 기억이 난다.

권석창 전 국민의 힘 제천·단양 국회의원
권석창 전 국민의 힘 제천·단양 국회의원

예산확보 과정에 대해 나름 세밀하게 정리해 봤지만 현장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다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매년 예산 시즌에 여의도는 지역 발전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다. 예산확보 전쟁에 이겨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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