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김병연 수필가

양궁(洋弓)이 서양 궁도(弓道)라면, 펜싱은 서양 검도(劍道)인 셈이다. '펜싱(fencing)' 종목은 서양의 검술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국양궁은 세계제일이고, 항주올림픽에서 펜싱에서만 금메달6개를 획득하여, 우리들에겐 북방 기마민족(騎馬民族)의 후예임을 입증한 셈이 된다.

2002년 6월은 '2002한일(韓日)공동주최 축구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의 신화'를 남겼으며, 9월 '부산아시안 게임'에는 충북체고1학년 양궁 임동현선수가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하였으며, '북한여성응원단'이 참여함으로써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각종 일화를 남겼던 한해였다. 무엇보다도 11월에는 제주에서 '83회전국체전'이 열렸는데 충북체고 교장이었던 필자로선 혼신(混信)을 다한 대회였다. 특히 '펜싱부와 역도부'에 얽힌 사연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펜싱(여고부) 단체전에 출전하려면 3명이 필요한데 충북체고는 선수가 딱 3명밖에 없었다. '지선, 미은, 미화'라는 3명의 이름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 명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출전이 불가능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키가 작고 기량이 좀 떨어지는 '미화'란 선수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허리디스크'가 발병함으로써 청천벽력(靑天霹靂)이었다. 그래도 한의원에 다니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국체전에 출전하였다.

항조우 아시안 게임에서 펜싱단체전을 보았듯이 3명의 선수가 상대선수와 교대로 3분씩 9번을 경기를 하는데, '지선, 미은' 두 선수가 점수를 따면, '미화'는 수비에 주력하면서 점수를 지키는 작전을 세웠다. 16강과 8강, 4강까지 '지선, 미은' 두 선수가 점수를 따면 허리디스크환자인 '미화'가 최소한의 실점(失點)으로 기적적으로 결승까지 올라갔다.

결승은 경기도와 붙었는데 그쪽은 기량이 대단했다. 1라운드에서 먼저 '지선과 미은' 두 선수가 2-3포인트 뒤지고 있었다. 그 다음엔 허리디스크 환자인 '미화'가 출전하니 보나마나였다. 그런데 오히려 그 선수(미화)가 점수를 만회하여 동점을 만들었다. 점수를 따야할 '미은, 지선' 두 선수는 점수를 잃고, 허리 디스크환자 '미화'가 오히려 점수를 만회하고! 의외의 상황에 벌어진 셈이다. 상대편이나 우리나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지켜보는 필자는 정말 초조하여 죽을 맛이었다. 결국은 허리디스크 환자 '미화' 때문에 우승함으로써, 이변(異變)에 이변이, 기적에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상대편은 이겼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포기했던 상황에서 우승함으로써 감격의 눈물바다가 된 것이다.

여고부 역도 첫 경기에서 충북체고가 금메달 하나를 획득하였다. 충북체고 교장인 필자에게 시상을 부탁하기에 시상대에 올라 시상하였다. 역도는 한 체급에 3개의 금메달이 있는데, 충북체고가 1개, 전북체고가 2개를 획득하였다. 그런데 정작 기뻐해야 할 전북체고 학생 두 명은 얼굴이 사색(死色)이었고, 1개 딴 충북체고 학생은 너무 기뻐서 희색이 만연하였다. 지금도 전북체고 두 학생들의 얼굴이 영상이 생생하다. 충북체고 학생은 최고기록이 105키로인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107.5에 도전하여 선공한 것이다.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필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마 바라보질 못했다. 그런데 '야!'하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기적의 '금메달'이었다.

지난 10월1일는 우리에겐 '국군의 날'이지만, 중국에선 정부수립 '국경절' 8일간 연휴이다. 항조우 올림픽에서도 역시 중국인들은 요란했다. 베드민턴 여자부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예상을 뒤엎고 3:0으로 완전한 승리를 거뒀으며, 중국과 축구 8강전에서도 2:0으로 완파함으로써 14억의 중국인들을 함성을 잠재우기 충분하여, 배달민족이 하나 되는 감격을 맛보았다.

김병연 수필가
김병연 수필가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서 시나리오 없는 영화를 연출한다. 그래서 현대문명의 총아로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도 4년마다 열렸는데 대회기간만은 전쟁을 멈췄다고 한다. 스포츠 세계에선 여야(與野)가 따로 없다. 스포츠를 통하여 정쟁(政爭)을 멈추고 국론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스포츠는 하나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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