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경찰의 허술한 현장대응으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피고인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김경찬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5일 오후 8시 45분께 갑자기 자신의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과 마주했다. 샤워를 하는 사이 미성년 딸이 경찰의 출입문 개방 요구에 응한 것이다.

경찰은 30여 분 전 112에 접수된 음주운전 의심차량 운전자가 A씨임을 확인하고, 그의 집으로 진입했다. 다만 출입문 개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112신고내용이나 범죄사실, 방문 목적 등은 알리지 않았다.

A씨는 "미성년 딸의 동의만 받고 집에 들어온 것이 불쾌하다"며 퇴거를 요청했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대해서는 "집에 들어와서 술을 먹은 상황이라 음주측정을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현장에서 한 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인 경찰은 A씨가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자 '음주측정거부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 역시 죄가 있다고 판단 그를 약식기소했다.

이에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 "경찰의 음주측정 행위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요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며 맞섰다.

이 사건은 '경찰의 주거지 진입 절차'가 유무죄를 갈랐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이미 운전을 마친 후 주거지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음주운전 현행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체포된 사실도 없으므로 영장주의 예외로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영장 없이 A씨 집에 강제로 들어간 경찰의 행위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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