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교육부장

"일어나서 밥 먹고 더 자." "밥 안먹고 그냥 자면 안돼요?"

위의 대화는 30~40대 직장인들이 학창시절 부모님들에게 많이 들었던 이야기 일 것이다.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을, 아이들은 먹는 것보다는 잠을 택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그런 사례를 겪었기 때문에 30~40대 직장인 학부모는 그의 자녀들에게 밥 먹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이 배고프면 먹겠지"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예전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책가방보다 도시락 가방이 더 많고 무거울 정도로 도시락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금 학생들은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에 갈때부터 급식실이 있고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갈등과 분쟁이 있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아이들에게 더 질좋고 맛있는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북도교육청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 간편식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학부모 단체, 교사 단체, 노조 대표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했다.

지난 8월 14일 교원과 공무직 등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제1차 TF회의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9월 26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아침 간편식은 가정배송이 아닌 학교에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미리 결론내놓고 회의를 진행함으로써 밀어붙이기 일방 행정으로 회의 참가자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우를 범했다고 전해졌다.

1차 회의때 대다수 참가자들은 아침 결식아동 등 꼭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만 가정으로 아침 배송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요구했지만 2차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 없이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학교에서 간편식을 지급하는 방침을 확정 짓고 세부방안을 협의하는 절차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TF회의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교 관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이에 반발해 2차 분임토의에서는 보이콧을 선언하며 퇴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충북교사노조는 충북도와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아침 간편식을 시행할 경우 학교 업무로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보이콧 선언까지 했다.

이들은 현재 학교 관계자가 전면 반대하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교직원들 업무가중과 이로 인한 직종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점심 급식조차 다 먹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아침간편식까지 추진해 학교에 와서 아침까지 먹는다면 부모와 함께하는 '밥상머리교육'은 언제 해야하는 것인가.

아침간편식을 어디서 먹고, 누가 나눠주고, 뒤처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이런 것들을 뒤로 하더라도 학생들은 가정에서 부모와 소통하며 사회생활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형성된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들이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하는데, 초등학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고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외부에서 먹는다면 부모, 가정과 단절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지효 교육부장
이지효 교육부장

충북교사노조도 늘봄정책과 함께 아침간편식 정책은 부모와 아이를 위한 복지정책인 듯 포장하고 있지만 비정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아침간편식 추진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점심 급식을 다양화 함으로써 질을 높이고 학생도 만족하고 잔반을 줄이는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말 아침간편식을 추진하려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꼼꼼히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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