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경희 충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위해서 가정의 기능은 중요하다. 부모와 아이가 충분한 애정을 나눌 때 의사소통 능력이 길러지고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란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가정의 기능이 점차 약해지고 그에 따라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들이 늘고 있음을 학교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이제 아침 식사도 학교에서 하라고 한다. 늘봄정책과 아침 간편식 정책은 부모와 아이를 위한 복지정책인 듯 포장하고 있지만, 가정의 기능을 빼앗고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는 비정한 정책이다. 부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아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모와 떨어져 지내라는 정책이다. 이런 비인간적인 정책이 한 국가의 정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 정책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철학이며, 국민 행복에 최우선 관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가정의 정서적 기능을 빼앗기 보다는 가정이 그러한 기능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범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 첫 출발이 부모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선진국은 퇴근이 빠르고 일반 상점들도 일찍 문을 닫는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사회시스템이다. 가정에서 충분한 애정을 경험했을 때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가 충분한 애정을 나누는 것은 성공하는 교육의 첫 단계이다. 선진국들은 당장의 편리함보다는 옳음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 2023년도 상반기 합계출생률이 0.7명이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저출산의 원인에는 과도한 업무문화도 포함된다. 저출산의 원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생존 본능이 번식 본능을 꺾었다는 것이다. 즉 살만한 세상이 못 된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 여유롭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정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교사는 감동적이고 살아있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와야 하고, 교육청은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 업무에 집중하여 교육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사들의 행정업무는 과부하 상태이고, 행정업무로 인해 수업 준비 등 수업권을 침해받고 있다. 교사의 행정업무를 덜어내도 부족할 판에 또 다른 업무가 추가되는 것은 학교의 기능과 교육의 본질을 저해하는 것이며,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박경희 충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박경희 충북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충청북도지사와 교육감께 당부한다. 더 긴 안목으로, 더 교육적이며 인간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길. 단순한 공약 이행과 성과 내기에 매몰되어 우리가 지켜내야 할 중요한 가치와 철학을 잃어버리지 않길. 그리고 다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가족이 아침 식사도 함께할 수 없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인지? 우리가 진정,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