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김종미 율량중학교 수석교사

"기원전 400 년경의 그리스 학자 엠페도클레스는 모든 물질이 불·공기·물·흙으로 이루어진 원소들의 합성물이며, 사물은 이 기본 원소의 비율에 따라 서로 형태를 바꿀 뿐 어떤 사물로 탄생하거나 소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원소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영화 '엘리멘탈'을 보았다. 원소들을 의인화해 물과 불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했다. 불과 같이 열정이 있는 '앰버'가 감수성이 풍부한 '웨이드'를 만나 자기 잠재력과 가능성을 깨닫고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불과 물이 만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교육 현장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9월, 우리 학교에서 축제를 열었다. 코로나로 인해 숨겨두었던 학생들의 재능과 끼를 한껏 발휘해 공연, 전시, 체험 부문에서 축제가 풍성하게 진행됐다.

공연은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친구들보다 일찍 등교해 축제 공연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민희, 복도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기타 소리, 어색한 율동에 맞추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남학생들의 모습, 평소 조용하던 여진이는 학급별 댄스 경연에서 어찌나 예쁘게 춤동작을 했는지 모른다. 슈퍼맨을 연출하기 위해 강당 바닥으로 몸을 날린 담임 선생님의 퍼포먼스는 모두를 폭소케 했다.

학교 곳곳의 전시를 통해서는 학생들의 성취를 엿볼 수 있었다. 나무 조각과 콩알 몇 개로 근사한 자연물 액자를 만들고, 도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을 통해 브라주카 투명구를 완성했다. 음료 점자 표기 의무화에 관한 정책 제안 홍보물을 작성하는 팀도 인상적이다. 학급에서 운영한 체험 부스와 자율 동아리에서 운영한 비누 만들기·독서 미션 수행·환경 퀴즈 맞히기 등의 다양한 체험 부스에 전교생이 참여했다. 학생회와 학부모회에서도 나눔 바자회를 여는 등 모두가 참여하고 나누는 축제가 펼쳐졌다.

자신들의 색을 뿜어내는 친구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학교 축제에 참여해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체험하고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꿈을 품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다.

김종미 율량중학교 수석교사
김종미 율량중학교 수석교사

요즘 학교가 달라졌다고 한다. 공간, 교육 과정, 학교 정책, 분위기 등의 변화를 의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학교에는 학생과 선생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같은 학생, 교사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른 존재이다. 근본적으로는 같은 원소로 이루어진, 서로 다른 무수한 존재들이 모여 영향을 주고 받고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곳이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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