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1일 5면 보도. /중부매일DB
2021년 6월 21일 5면 보도.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자신의 계부에게, 자신의 친구 계부에게 성폭행 범죄를 당한 여중생들은 사건 발생 4개월여 간 방치됐다. 의붓딸 A양은 범죄 발생 이후에도 계부와 같은 집에 살았다.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A양의 외침은 수사당국에 닿지 않았다. B양은 구속되지 않는 계부를 보며 절망에 빠졌다. 결국 두 여중생은 2021년 5월 12일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스스로 몸을 던졌다.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준 여중생 동반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중부매일은 취재·보도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좇았다. 국민청원부터 피해자 가족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현장취재 등을 통해 이뤄진 연속보도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밑알이 됐으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유족들의 버팀목이 됐다.

2021년 5월 16일 여중생들 죽음 이후에도 수사당국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자 B양 유족·지인들이 행동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두 명의 중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계부를 엄중 수사하여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중생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청원'으로 응답했다. 그리고 수사당국과 행정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질타했다. 중부매일을 비롯한 다수 언론은 국민청원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고,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청원 보도 이후 부실수사 논란이 일자 사법당국은 수사내용을 보강, 계부를 구속했다. 여중생들이 세상을 떠난 지 2주 만이다. 피해 여중생들이 그토록 바랐던 가·피해자 분리가 여중생들이 사망한 다음에야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한 B양의 가족들은 직접 거리로 나서 계부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같은 해 6월 20일 B양의 친부는 중부매일 카메라 앞에 섰다. 2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내 딸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 달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두 달여 후 여중생들 사망 100일 추모식 직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B양의 친부는 100일 추모식을 마친 후 딸의 책상을 정리하다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찾지 못했던 유서가 딸의 유서가 딸이 세상을 등진 지 100일 만에 발견된 것이다. 이 유서에는 계부의 범행 당시 상황을 묘사한 글이 남아있었다.

딸의 자필유서가 공개되는 등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지만, 계부는 재판에서 거짓된 진술을 하며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 여중생들이 생전에 남긴 진술과 유서 등을 증거로 계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계부는 1년이 넘는 재판 끝에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또 성폭행을 당한 A양을 계부와 함께 있도록 방치한 친모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계부에 대한 형이 확정되자 B양의 친부는 "국민과 언론의 도움으로 진실을 밝히고 계부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었다"며 "미안한 마음에 딸의 묘를 찾지 못했는데, 이제는 딸에게 찾아갈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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