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상습 음주운전을 한 소방공무원이 '최초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 한정돼 징계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괴산소방서 소속 소방관 A씨는 지난 4월 청주시 서원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1년과 2017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던 그는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하게 된다. 법원은 상습 음주운전을 한 A씨가 공직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괴산소방서 징계위원회는 A씨의 과거 음주운전 행위를 징계 판단근거에서 제외하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인 상태에서 최초 음주운전을 한 경우(강등~정직)'로 판단, 정직 1개월 처분만 했다. 당연퇴직에 해당하는 공무원 징계인 파면·해임보다 2~3단계 낮은 징계다.

소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에 따르면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파면이나 해임처분을 해야 한다. 2회 이상일 경우 '파면~강등' 중 징계수위를 정해도록 명시하고 있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 임용 전 범죄행위를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고, 대법원에서도 이 같이 판단하고 있다"며 "A씨에게 2~3회 음주전력이 있다고 판단해 더 강한 징계를 하면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것임이 분명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 내부에서조차 정직 1개월 처분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소방관은 "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최초 음주운전을 한 경우'로 징계수위를 결정해야 했다면 강등을 하거나 정직 기간을 길게 주는 엄한 처벌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소방관도 "정직 1개월은 누가 봐도 솜방망이 처분이고,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5년간(2019년 1월~2023년 9월 30일) 충북도 소방공무원 음주운전 관련 징계처분 현황을 보면, 총 22건 중 단 한건만 강등 처분을 받았다. 77%에 해당하는 17건은 정직 처분, 이보다 약한 감봉 처분은 4건이다. 유일하게 강등 처분을 받은 소방관은 재직 중 음주운전으로 이미 2번의 징계처분을 받았지만, 징계위의 선처로 공무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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