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안세훈 상당교회 목사

10여 년 전에 초등학생 독서지도를 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내가 가르쳤던 애들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아이가 한 명 있다. 그 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남자아이였다. 10년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면, 정말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던 아이라서 더욱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방문 수업을 하러 집에 가면, 선생인 나와 놀 것만 몇 개씩 준비해놓고 있었다. 마지못해 한두 가지 놀이를 같이 해주고 공부를 하려고 하면, 아예 책상에 앉지를 않았다. 그래서 내가 참고 또 참다가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님께 단호하게 이제부터 제가 어떻게 수업하더라도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렇게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그때부터 아이를 엄격하게 훈육하며 억지로 억지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아이가 수업 거부를 하고 난리가 났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수업을 계속 밀고 나갔다.

그러기를 몇 달을 씨름을 하고 나니, 하루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반년 만에 성적이 올라서 국어시험을 다 맞은 것이다. 그러니까 가족들도 모두 기뻐하고, 당사자인 아이도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너무 큰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의 수업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숙제도 미리미리 잘 해놓고 열심히 수업을 듣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수업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 언제 오냐고 연락도 하고 나와의 관계도 크게 개선이 되었다. 아이 스스로 기대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도 재미없던 공부, 학교생활이 이제는 무언가 다른 기쁨으로 채워지는 일들을 경험하고 이제는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번 큰 기쁨을 제대로 맛보더니 그 작은 아이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기쁨일 것이다. 기쁨에는 힘이 있다. 놀고 싶은 마음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그래도 우리에게 기쁨 하나 있다면 우리의 삶과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다르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기쁨에 있다.

2015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투 대주교와 티벳의 달라이 라마가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종교지도자들인데, 이 두 사람이 티벳인들의 망명지인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라고 하는 곳에서 만나서 일주일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대화를 기록한 책이 <JOY 기쁨의 발견> 이라는 책이다. 책의 기자가 투투 대주교와 달라이 라마 두 사람의 만남에 일주일 동안 함께하며 인터뷰를 해서 기록한 것이다. 이 기자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두 종교 지도자들에게 질문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삼일 만에 천 개가 넘는 많은 질문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 천 개가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의 모든 질문들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고통으로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그렇게도 기쁨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쁨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는데, 오늘 내게 너무도 필요한데, 정작 그렇게 중요한 기쁨을 누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몰라 아파하는 것이다. 왜 다들 기쁨을 원하는데, 서로 아픔을 주는지, 왜 서로 기뻐하길 원하면서 서로 싸우고 반목하고, 나누고 배제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이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을까?

투투 대주교는 말한다. 아프리카에는 '우분투(Ubuntu)'라는 개념이 있는데, 진정한 기쁨은 이 우분투에서 온다고. 우분투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진정한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분투의 기쁨이다.

안세훈 상당교회 목사
안세훈 상당교회 목사

오늘 우리가 이 우분투의 진정한 기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잃고 얻는 기쁨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는 기쁨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를 조금 잃더라도 사람을 얻는 진정한 기쁨이 우리에게 가득하면 좋겠다. 그래서 갈등과 고통으로 가득한 이 세상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발견하고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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