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예총 문화예술향유프로젝트 '문의에 살다'
5인의 영상자서전과 문의초·중교 학생 마을홍보영상까지

문의에 살다 전시현장
문의에 살다 전시현장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어느 해인가, 가뭄이 심해 대청호 바닥이 드러난 적이 있다. 부서진 교문기둥, 장독대는 물속에서도 형체를 알아볼 정도로 남아 있어 물이 마을을 덮쳤어도 삶에 깊숙이 투영된 흔적마저 지우지는 못했다.'(문의면 미천1리 거주 김동점씨의 '문산리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 中)

'누구의 삶이건 터전을 바꾸는 일은 위대하다. 새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익숙해진 것을 버려야 했을 것이고, 누리던 편리함도 잊어야 했을 것이다. 마치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사는 것처럼 천연덕스러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문의면 도원리 거주 김경재씨의 '문의에서 꿈꾸는 문학적 삶' 中)

문의에 살다 전시현장

'충북예총과 함께하는 2023 문화예술향유프로젝트-문의에 살다' 전시회가 오는 19일까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3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행정복지센터와 문의면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하고 충북예총이 주관해 문의에서의 삶과 인생이야기를 열 컷의 사진과 한 편의 글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수몰민들의 개개인의 삶을 기억하고 문의지역 곳곳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지역의 정체성과 특색을 오롯이 담아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수몰민들의 삶뿐만 아니라 문의에서 거주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문의초 3학년(안지혜·이재아·서아현·김응준)·5학년(이아진·임서윤·김서진)과 문의중학교 1학년 1반(김규리·이예준·박채은·백인훈) 학생들을 마을홍보영상에 참여시켜 미래세대로 이어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사진분야에 박은영·홍정희씨, 문학분야에 한옥자·임미옥씨, 영상분야에 이상준·주광현씨와 자서전은 조은우씨가 강사로 나서 마을주민과 호흡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끌어내는데 일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강사로 활동한 7명의 예술인들은 봄을 지나 무더운 여름 내내 발품을 팔아 글과 사진, 영상으로 기록하고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문의면은 지난 1980년 완공된 대청댐건설로 삶의 터전이 수몰된 곳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댐 건설과 함께 인근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진 이들의 삶의 발자취와 고향으로 돌아와 헌신하는 주민들의 인생스토리를 한편의 글로 승화시키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담긴 열 장의 인생사진으로 풀어냈다.

지난 2천년도에 이주해 직지와 청주를 소재로 한 직지 콘텐츠 공모전에 시로 입선한 도원리 노인회장 김경재씨, 청원군 문의면 문산리 하동 48번지로 고향땅을 호수에 묻은 한국부인회 청주시지회장 김동점씨, 청년시절 부친을 이어 방앗간을 운영하고 성실을 무기로 농사지어 표고버섯 영농법인까지 설립한 문의신협 이사장 박노웅씨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문의면 미천 2리 거주하는 박노웅씨
문의면 미천 2리 거주하는 박노웅씨
문의면 미천 2리 거주하는 박노웅씨의 '버섯만지는 손'
문의면 미천 2리 거주하는 박노웅씨의 '버섯만지는 손'
문의면 미천 2리 거주하는 박노웅씨 표고버섯 농장.
문의면 미천 2리 거주하는 박노웅씨 표고버섯 농장.

이뿐 아니라 영산신씨 집성촌인 산덕리에 거주하며 종친회장을 맡고 있는 신경철씨, 월남전쟁에 투입돼 비닐하우스 짓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사비 털어 경로당을 지은 박준구씨, 문의시내에 거주하며 지역공동체 '구룡문화사업단장'을 맡아 농촌활성화사업에 투신한 이정옥씨도 인생사진 열 컷의 주인공이다.

10년간의 서울살이를 마치고 두모1길에 거주하며 청주 보호수 75호 느티나무 사계를 사진찍는 임규동씨, 경주 최씨 집성촌인 구룡2리 열매골에 거주하며 4대가 모여살았던 최진원씨 등 8인의 이야기를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면 구룡 2리 최진원씨
문의면 구룡 2리 최진원씨
최진원씨 결혼식 당시 모습.
최진원씨 결혼식 당시 모습.
최진원씨 부부 모습
최진원씨 부부 모습
부부의 맞잡은 손
부부의 맞잡은 손

김경식 충북예총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의 변화를 기록하고 예술활동을 실천하는 마음의 복지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면서 "기업의 문화예술후원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의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오픈식은 오는 10일 오후 3시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3층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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