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금강 유역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 '미호종개'가 17년 만에 고향 미호강으로 돌아왔다.진천군에 따르면 진천군, 현대모비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으로 구성된 생다진천 프로젝트팀이 지난달 25일 초평면 화산리 일원에서 미호종개를 발견했다.

1982년 청주 팔결교 부근 미호강에서 처음 발견된 미호종개는 서식지 지명을 따 이름이 지어졌다.이후 금강 수계인 공주 유구천, 부여와 청양 지천, 대전 갑천 등에서 소수 서식이 확인됐다.환경부는 미호종개를 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보호하기 위해 2005년 천연기념물 454호, 2012년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했다.2011년엔 미호종개 서식지인 부여·청양 지천을 천연기념물 533호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미호종개는 첫 발견 당시 개체수가 풍부했으나 수질 오염과 모래 채취, 하천 정비, 외래 어종인 배스 확산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2006년 미호강에서 사라졌다.잉어목, 미꾸리과인 미호종개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약한 모래 속에서 활동하는 한국 특산종이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미호종개가 10여 년 만에 본가인 미호강으로 돌아온 것은 미호강 수질 환경 개선과 현대모비스가 지역 맞춤형 ESG 경영 전략의 하나로 추진한 '미르숲 조성 프로젝트'가 시너지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현대모비스가 2014∼2017년 초평호 일대에 조성해 2022년 진천군에 기부한 미르숲이 야생 동물 서식지 복원 등 미호강과 숲 생태계 다양성을 회복시켰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난 8월 미르숲 생태계 조사에서 사라진 법정 보호종인 붉은배새매, 참매, 원앙, 수달, 삵 등 희귀 동물이 발견됐다.

미르숲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남다르다.108㏊ 규모 미르숲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약 1천100톤이다.해마다 소나무 7천600여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

현대모비스는 미르숲 조성에 이어 지난 8월 진천군, 사회적협동조합 한강과 미호강 생물 다양성 업무 협약을 맺었다.한강은 미호강, 백곡천 합류부의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생태계 보전 및 복원, 주민 참여 지원 및 캠페인,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 다양한 환경 보존 활동을 펼친다.

진천에서는 사라진 미호종개가 돌아오자 미르숲과 인접한 충북도 유형문화재인 농다리 습지 일원을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학 관점에서 관리·보존하는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미호강 생태 조사를 이끈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완옥 협회장은 "지금은 미호종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은 시기여서 이번에 확인한 개체 외 추가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여와 청양 등 금강 수계에서 추진 중인 미호종개 복원 및 보전 프로젝트도 첫 발견지 상징성을 살려 미호강 위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환경부와 수자원공사, 국립문화재연구원 등은 지난해 10월 19일 미호종개 보존과 생물 다양성 증진,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금강 수계인 부여 지천에 인공 부화한 미호종개 치어 2천마리를 방류했다.올해도 지난 10월 26일과 27일 미호종개 3천마리를 금강 수계인 세종보 하류와 청양 지천, 꾸구리 1천마리를 금강 본류인 충북 옥천 지천에 방생했다.

한기현 논설고문
한기현 논설고문

미호강 미호종개 재 발견은 충북도가 추진하는 미호강 맑은 물 프로젝트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미호종개 복원과 3급수에 불과한 수질 개선 등 미호강 맑은 물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천군은 미호종개 서식이 확인된 초평면 미호강 지천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해 서식지를 보호하고 잃어버린 미호종개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하천 개발과 환경 감시 활동을 강화해 두 번 다시 충북의 자랑인 미호종개가 미호강에서 사라지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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