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윤경옥 괴산고 수석교사

'생활교육' 특강이 있어 준비를 하던 중, J여중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소통 메시지를 받았다.

"상담 중에 국어과 윤경옥 선생님을 뵙고 싶어 하는 아버님을 뵈었습니다. 은사님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방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잡아준 선생님이시라고요."

교직 생활 내내 문득문득 떠올릴 만큼 착실하고 똘똘했던, 그렇지만 삶에 대한 고민으로 한때 방황을 하던 학생 'M'의 소식이었다. 특강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었는데, '됐다!' 싶었다. PPT 마지막 장에 소통 메시지 화면을 캡처하여 넣었다.

특강 장소에는 신규·저경력 선생님들과 멘토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의·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모둠에서는 고민이 많아 보이는 새내기 선생님이 제안한 '궁합이 맞지 않는 반, 수업이 힘들어요.'라는 주제로, 다른 모둠에서는 '여학생들 사이의 관계 갈등'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토의를 했다. 머리를 맞댄 선생님들의 다양한 꿀팁들이 오고 갔다. '학생들의 흥미를 고려한 수업 방법 적용', '마음 열기를 위한 공들이기', '서클 활동 등을 통한 회복적 생활교육' 등 의미 있는 해결책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어서 나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이해,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형성을 위한 세부 요령 등에 대해 강의했다. 관계 형성과 생활교육의 핵심은 '공감과 소통'임을 역설하면서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교사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라' 등의 당부를 덧붙였다.

어느덧 마무리 시간, PPT의 마지막 장을 열었다. 여전히 힘들어 보이는 새내기 선생님을 향해 "선생님도 머지않아 이런 메시지를 받게 되실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메시지를 읽어드렸다. 다행히 선생님도 환한 미소로 화답해 주셨다.

조벽 교수는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자는 한 아이의 일생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존재라는 뜻일 터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교사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을 만나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어떻게든 아이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동반 성장하며 '배움에 게으르지 않고 가르침을 권태로워하지 않는' 교사가 되기를 꿈꾼다.

수석교사는 신규·저경력 선생님들 앞에서 강의하는 기회가 가끔 주어진다. 그런데 막상 선생님들을 만나면 이날처럼 내가 준비한 것 이상의 앎과 깨달음을 선물 받게 되어 수석교사가 된 이후 나는 교사로서 한층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참 감사한 일이다.

윤경옥 괴산고 수석교사
윤경옥 괴산고 수석교사

선생님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 오르며 나는 생각했다. '아, 교사 되길 잘했다. 수석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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