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 도 조사결과 도내 시·군 외면

14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한 커피숍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재규
14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한 커피숍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재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충청권 광역자치단체 중 충북에만 이동노동자 쉼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개선이 요구된다.

충북도의 '충청북도 노동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부터 5년간 30억원(도비 50%+시·군비 50%)을 들여 이동노동자 24시간 쉼터를 설치 및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8월 실시된 수요조사는 11개 시군 모두 운영을 희망하지 않으면서 사업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반해 사업 효과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 청주시의 경우 과거 유사사업 실패 등을 이유로 운영을 꺼리는 상황이다.

청주시는 2018년부터 4년간 시청 근처에서 건설노동자 쉼터를 운영했으나, 이용자가 줄어드는 등 실효성이 없어 사업을 접었다.

충북도가 추진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 역시 도심 중심지의 임대료·인건비 등으로 운영 예산이 연간 2억여 원이 드는 점, 직업 특성 상 야간 개방을 해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꺼리고 있다.

충북을 제외한 충청권 지자체는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14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한 커피숍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재규
14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한 커피숍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재규

충남에는 1곳(천안)의 유인쉼터와 4곳(당진, 서산, 아산, 천안)의 무인쉼터가 마련돼 있다. 올해 8~9월 개소한 쉼터에는 매일 100명이 넘는 이동노동자가 방문하고 있다. 또 편의점 44곳과 업무협약을 맺어 이동노동자들이 편의점 내에서 대기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해당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연 4억4천만원이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해 12월 쉼터 문을 열었다. 10개월간 방문객은 1만8천865명이다. 대덕구 쉼터는 지난해(2천100여 명) 대비 두 배(4천800명)가 넘는 인원이 다녀갔다.이 넘게 다녀갔다. 연간 소요되는 운영비는 각 2억6천만원, 1억6천만원이다.

두 지자체는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 이곳을 이용하는 이동노동자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북의 이동노동자들은 "야간, 영하까지 떨어지는 날씨에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한 커피숍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재규
14일 오후 3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한 커피숍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이재규

최준섭 충북대리운전노조지부장은 "모든 이동노동자가 춥고 더운 환경에서 일하며 콜이 끊겼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야간 특성 상 버스도 끊긴 상황에서 아침까지 편의점 같은 곳에서나 눈치보면서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서비스연맹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충북지역 이동노동자 수는 대리운전 2천여 명, 배달 라이더 1천500여 명, 택배 노동자 1천 5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동노동자는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대리운전기사, 가전 점검원, 학습지 교사 등 이동이 잦고 특정한 작업장이 없는 직업군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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