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재의 클래식산책] 유인재 미래도시성장연구소 소장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얻기 위한 탈출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최초의 인간이었던 아담도 신의 통제와 규율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유의 갈망으로 에덴동산이라는 유토피아를 떠났듯이 자유의 역사는 유구하다. 천부적이라 할 수 있는 자유의지로 인해 우리는 어느 곳, 어떤 순간에도 자유를 찾고, 무엇이 자유이고 어디에 자유가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역사에 기록된 모든 개혁과 혁명, 독립운동이 자유를 향한 집단의 움직임이고, 세상에 나타난 철학과 문학, 예술은 자유를 향한 개인의 몸부림이었다. 미국의 사진가이자 화가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켄이『예술과 자유』에서 말했듯이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에게 자유는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그 누구보다 예술가는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는 그 어떤 것도 견디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의 깊이는 예술가의 자유의지에 비례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특히, 지휘자 첼리비다케의 표현대로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자유롭다는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경험하게 되는데, 음악 속에는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음악가의 자유의지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주는 자유로움을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한 것은 1994년에 개봉된 영화 <쇼생크 탈출>일 것이다.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가장 잔혹한 감옥인 '쇼생크'에 투옥된 엘리트 은행가 앤디가 20년 만에 탈출하는 영화다. 모든 장면과 대사가 자유와 연관되어 있지만, 투옥된 죄수와 영화의 관객들이 자유가 무엇인지를 본능적으로 체감하는 순간은 앤디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에 나오는 아리아인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와'를 들려주는 순간이다. 성경과 규율만을 믿는 소장이 통치하는 질식할 것 같은 교도소는 일순간 자유로움이 가득 찬 공간으로 변한다. 동료 죄수였던 레드의 독백만큼 짧은 순간에 자유의 의미와 차가운 교도소 밖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음악의 위대함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은 없다. "나는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은 것도 있다.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 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피가로의 결혼>은 자기 약혼녀에게 추근대는 귀족을 놀려주는 하인 피가로의 이야기로 전형적인 희극 오페라다. 앤디가 들려준 아리아는 귀족을 희롱하기 위한 장난스러운 의도의 편지(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에 소나무 아래에서 만나자)일 뿐이다. 자유의 의미를 드러내는 중요한 장면에 단순하고 통속적인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선택되었으며,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 곡에서 자유의 본질을 체험하는 것일까?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3년 전(1786년) 초연된 <피가로의 결혼>에는 모차르트가 품고 있던 귀족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억압적인 봉건사회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자유를 향한 은밀하지만, 강렬한 갈망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귀족을 희롱하는 <피가로의 결혼>에 당시 대중들은 열광하였지만, 귀족들은 분노하였다. 비엔나 귀족사회는 이후 모차르트에게 작품의뢰를 하지 않았다. 자유를 향한 모차르트의 숨겨진 갈망이 이 곡이 선택된 이유 전부는 아니다. 같은 해 베토벤 제9번 교향곡에 사용된 '환희의 송가(원제는 '자유의 송가')를 출판한 프리드리히 실러가 "사람들은 오로지 아름다움을 통해서만 자유에 이를 수 있다."라고 하였듯이 아름답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한 베토벤의 음악도 아름답지만, 프랑스 음악학자 롤랑 마뉘엘의 표현대로 모차르트 음악은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이다. 베토벤처럼 의미를 찾게 하는 드라마나 설득하는 설교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유인재 미래도시성장연구소 소장
유인재 미래도시성장연구소 소장

앤디는 음악을 통해 죄수들에게 자유의 의미를 알려준 대가로 2주 동안 독방에 갇혔다가 나오면서 말한다. "모차르트가 친구가 되어줬지. 머릿속에 음악이 있었어. 가슴속에도…그래서 음악이 아름다운거야. 그건 빼앗아 갈 수 없거든. 그렇게 안 느껴봤어?"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주변의 모든것이 '쇼생크'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의 '쇼생크'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에 이르게 해 줄,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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