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정혜련 동광초등학교 수석교사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2천년 첫 발령을 시작으로 어느덧 23년째 되는 나의 교직 생활이 그저 무덤덤한 일상으로 느껴지던 2022년 3월의 어느 날, '국민동요 프로젝트 아기싱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듣게 된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가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온몸에 작은 전율이 느껴질 만큼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30명의 첫 제자들 앞에서 행복한 떨림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하루하루가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했던 22년 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교정에는 노란 개나리와 철쭉이 예쁘게 피어있고, 그보다 더 예쁜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들과 함께 즐겁게 뛰놀고 배우며 미래를 꿈꾸고, 재잘재잘 끊이지 않는 이야기 소리와 하하호호 웃음꽃으로 하루를 채웠던 선물 같은 추억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듯 행복으로 가득 채워질 것만 같았던 나의 교직 생활은 해가 갈수록 여러 가지 교육 관련 이슈들로 인해 몸살을 앓았고, 교사들은 학교 붕괴 직전의 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신음하면서도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라는 굳은 신념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부단히도 애쓰며 버티고 또 버텨내고 있었다.

2023년 7월 18일 유난히 더웠던 여름날, 악성 민원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다 차마 꽃을 피우기도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이초 새내기 선생님의 이야기가 온 나라를 충격으로 뒤덮었고, 온 교사들은 가르치고 싶다고 그리고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선배 교사로서 후배 교사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참담한 교육 현실에서 너무나 외롭고 쓸쓸히 그리고 비참하게 마지막을 맞았을 동료 교사를 잃은 비통함과 애통함!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사에게만 무한 책임을 전가한 교육 당국에 대한 분노와 울분!

그 어떤 말로 우리들의 고통을, 우리들의 아픔을, 우리들의 슬픔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 하늘로 가신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30만 교사들은 뜨거운 거리로 나와 기꺼이 하나의 검은 점이 되었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안전한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기를 갈망하며…….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정혜련 보은 동광초 수석교사
정혜련 보은 동광초 수석교사

2023년! 나의 46년 인생사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낸 지금, 이 노래가 나에게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학생은 배우며 꿈을 꾸고 교사는 가르치며 희망을 노래하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꿈꿔본다. 검은 물결이 되어 다시 한번 희망을 노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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