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명진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주무관

최근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20대 남성이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언론기사의 내용을 보면 범죄동기는 피해자 머리가 쇼트컷을 하고 있었고, 이에 가해자는 소위 페미니스트로 오해해 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여혐 또는 남혐으로 불리는 이성에 대한 혐오감이 팽배하고 있다. 비단 형사사건뿐만 아니라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점점 극단으로 양분화된 성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양성 갈등은 정책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합계출산율이 가임여성 1인당 0.7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이성에 대한 몰이해를 넘은 혐오주의는 인구증가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부정책에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후세를 생산하려면 정서적, 제도적(혼인 등)으로 화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은 우리 선대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피와 희생으로 얻은 고귀한 산물이다. 헌법에서도 양성평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당연히 헌법의 테두리에서 법을 집행하는 위정자는 이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부개정되면서 여성정책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전환된 관점을 반영한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 등 양성평등 촉진을 위한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양성평등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이성에 대한 시기와 혐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정책이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수혜자와 비수혜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을 완화하고 결과에 어느 정도 순응할 수 있게끔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가령 공무원 군 가산점제도는 양성 간의 합의점도 찾지 못한 채 헌법에 어긋나는 정책으로 마무리됐으며, 현재도 젠더갈등을 촉발시킬 불씨로 남아있다. 군 가산점 폐지는 결과적으로 정책의 타당성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고, 여성이 남성의 수혜를 박탈했다는 오해와 갈등만 심화시켰다.

결론적으로 양성평등정책은 이성간 혐오를 없애고 상호 이해와 존중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정책의 대상, 수단, 수혜비율 등이 두 집단 간에 충분히 납득될 수 있도록 숙의과정이 필요하다.

김명진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주무관
김명진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주무관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제도적 이분법으로 남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없다. 남녀의 구별이 아닌 생애주기별로 직면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호떡 뒤집는 듯한 성급한 정책이 아닌, 이해집단, 전문가, 현장 등의 충분한 목소리를 고려하고 양성 집단 간의 수용성을 제고한다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양성이 윈윈할 수 성평등정책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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