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수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공직에 들어선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누군가에게 나를 공무원으로 소개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적은 시간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는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내 나름의 이야기할 것들이 생기곤 한다.

발령을 받기 전의 나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어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취감에 취해 있었고, 공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자부심이 오래 가지는 못 했다.

발령을 받아 민원대에서 근무하면서, 이전에 내가 느꼈던 나의 목표 달성에 대한 뿌듯함은 곧 내가 목표로 설정했던 이 일이 과연 틀리지 아니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되었고, 내가 공직에서의 업무를 한다는 자부심은 곧 내가 처리하는 일들의 중요성과 책임에 대한 무거운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발령 첫 달은 더욱이 그러했다.

발령 6개월 차, 요즘에 들어 많이 느끼는 것은 나의 하루를 결정하는 주체는 민원인이라는 사실이다. 민원인과의 관계가 매일 좋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의 마음으로는 민원인이 원하는 바를 모두 수용하고 최대한 민원인의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때때로 민원인의 요청을 거절해야 하고, 단호하게 말씀을 드려야 할 때는 나도 참 난감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민원인과 마찰이 생긴 날에는 그 일이 속상해서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내가 더 나은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 역시 민원인이다. 어느 날은 문득 힘들다가도 민원 해결에 도움을 주어 고맙다는 민원인의 한마디에 힘이 나기도 한다.

또한 어느 날은 아직도 미숙한 점이 많은 나를 '주무관'이라 칭해주시는 민원인 덕분에 나의 일에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결국 민원인과의 관계가 지금 나의 하루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공무원으로서의 나의 삶을 생각하는 것은 사실 나에게는 너무 거창하다. 지금의 나는 매일 아침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를 두려워하며 출근을 하고, 매일 저녁 그날 처리한 민원과 마주했던 민원인을 생각하며 그 순간 내가 그 업무, 그 민원인에게 최선의 공무원이었을까를 돌아보며 퇴근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 내가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참 많이 모자라지 않나, 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한수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한수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그 무엇이 되었든 이 세상 모든 일들은 시간이 약이다. 고작 6개월의 시간을 가지고 공직에서의 삶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이러한 삶에 익숙해지고, 누가 봐도 휘청이지 않는 공무원다운 공무원이 된다면 지금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때는 많이 미숙했다며 웃고 넘길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순간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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