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건강한 청년이라면 한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고 운동장을 달린다. 청년은 생각이나 판단력이 분명하고 똑똑하다. 행동이 굼뜨지 않고 재빠르다. 그리고 청년은 멋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스포츠를 즐기며 웃고 떠드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그저 기쁘고 좋다. 나이든 이들에게도 그런 젊은 시절이 있었건만 그래도 지금의 청년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재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의 겨울이 더 춥다.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고 그 문턱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알바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대학에 재학하는 동안에도 등록금과 생활비가 여의치 않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는데 졸업 후에도 소득이 없거나 있어도 소득 기준에 미달하여 상환을 시작하지도 못한 젊은이가 작년 통계로 재작년에 비해 23.6%가 늘었다는 한국장학재단의 자료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을 대출받은 2022년도 졸업자는 10만8789명으로 직전 년도에 비해 2만 명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의무상환을 시작하지도 못한 인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 청년 실업의 심각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득이 줄거나 직장을 잃으며 의무상환을 중단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도에는 의무상환을 처음 시작한 8만6630명보다 전년도에 의무상환 대상이었지만 상환을 중단한 대출자가 9만7286명으로, 상환을 시작한 경우보다 갚을 수 없어서 중단한 경우가 더 많아진 것이다.

대출금 상환은 2023년 기준으로 연간 총급여액이 2525만원을 초과하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대출 금리는 2022년도와 동일하게 1.7%로 동결되었다.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 조달을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있다. 한 학자금 대출기업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2022년 자녀의 대학 진학 비용 중 43%를 부모가 지원했다고 한다. 대학 교육의 부모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대학생을 독립된 창의적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의견에 추종해야 하는 소극적인 인재가 될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인적자원 외에 다른 자원이 변변치 않은 나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교육을 매우 중시해야 한다. 부모의 교육열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체계적인 인재 교육으로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하고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재정이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대학은 빈사 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며 대학마다 아우성이다. 이런 실정이니 그 대학의 상황이나 설립이념과 무관하게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으려는 무리수를 두는 대학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은 입학자원이 줄고 기부금은 없으며 지출은 증가하는 삼중고로 고통 받고 있다.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 또한 학업에 정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학자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최저임금으로 알바를 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이 마음 놓고 학업과 연구에 몰두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연구개발예산을 축소했다는 뉴스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잘못 결정되고 잘못 집행되어 낭비되는 연구개발비가 전혀 없기야 하겠는가, 그런 문제는 관리 체계를 개선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예산을 축소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축소된 예산이 그대로 결정된다면 많은 청년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대출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자금 대출은 무이자로 이루어져야 하며 상환 기준액도 현실화해야 한다. 사회 초년생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독립하여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이 정도는 지원할 역량이 있지 않은가. 우리의 미래는 이들 청년의 손에 달려 있다. 그들의 젊은 시절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도 행복하고 또한 대한민국의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에 발을 딛는 청년들이 더 추워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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