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미국의 역사학자로 유명한 린 헌트(Lynn Avery Hunt, 1945~ )의 대표적인 저서중에 한권이 바로 '인권의 발명(Inventing Human Rights)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권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즉 인류역사 안에서 인권이라는 개념이 수고로움 없이 성장해 나가지 않았음을 말한다. 인권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과도 같은 '자연성'과 그 어느 곳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평등성'의 세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미국 독립선언문」(1776),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1789)을 통해 표현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인권의 자연성과 보편성 그리고 보편성을 주장하던 토머스 제퍼슨(1743~1826;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미국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놓은 정치인)조차 노예를 부리며 살아갔음을 꼬집으며 독자로 하여금 '과연 인권이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가?'는 질문을 갖게끔 만든다.

그리고 인권이 모든 사람이 타고난 인간의 존엄함과 연결된 보편적이면서도 예외됨이 없는 권리라는 것을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저자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상황, 존엄한 인간이지만 그 존엄함을 존중받지 못하고 때로 차별받거나 심지어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에 대한 대중적 공감을 이야기한다.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이런 감성적인 접근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권존중 사회는 법령으로만 실현되지 않는다.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법적 체계가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인권문화의 확산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과 일상 생활 속에서 이러한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살아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 상황에 대한 시대적 공감은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가져던 질문을 상기해 보았다. 천부인권사상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 현실인데, 이러한 인권은 발명된 것인가? 아니면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으면 인권은 발전한 것인가? 인류역사 안에서 분명 평등한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나 평등게 대우받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때론 존엄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시대적 흐름에 맞게 다시 표현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발명되기도 했다. 그리고 발견되고 발명된 것이 진화해 나간 부분도 있다.

책 제목에서 발명을 invent가 아닌 inventing을 사용한 것은 혹시 이러한 의도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인권의 끊임없는 발명(Inventing)을 위해서 저자는 제도적이고 법률적인 측면과 함께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을 함께 말하고 있다. 소설을 통해 인간의 평등과 존엄의 훼손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한 의식이 깨어나듯이,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함을 고민하게 하는 접근이다.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김성우 충북재활원장

인권은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무의 주체자인 국가 사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의무의 주체자가 그 의무를 수행할 근거로, 동시에 수많은 '나'라는 존재가 권리를 주장할 근거로 법률적, 행정적 제도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시대적 공감 또한 인권의 발명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시대적 공감을 위해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잠시 고민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