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세이] 김병연 수필가

1949년 모택동이 중국의 본토에서 공산정권을 수립하자, 1950년 광활한 영토를 가진 티베트를 침공하여 강점하였다. 당시 티베트는 종교적 지도자인 14대 달라이라마가 통치한 은둔의 왕국이었다. 그는 우리 인류에게 역사상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어원적으로 '달라이'란 몽골어로 '큰 바다(大海)'란 뜻이고 '라마'란 '위대한 스승'이란 뜻으로, 큰 바다와 같이 위대한 스승이란 말이다.

1959년 3월 중국 공산정권은 노불링카 궁전에 기거하고 있었던 달라이라마에게 매우 수상한 초대를 했다. 중국에서 매우 수준 높은 가무단이 공연하는 행사가 중국군 사령부에서 있는데 수행원도 없이 오직 비무장 비서 두 세 명만 데리고 비밀리에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티베트 국민들에게 퍼져 나갔다. 3만 명이 넘는 군중들이 달라이라마를 보호하겠다며 노불링카 궁전으로 달려가 에워쌌다. 군인들이 강제로 달라이라마를 끌고 갈 것이란 생각에 티베트 국민들이 격분했던 것이다.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군인들의 무차별 발포로 국민들의 목숨과 안전을 위하여 망명을 결심한다. 50년 3월17일 그는 변장을 하고 '노블링카'를 빠져나와 인도로 망명길에 올랐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안 중국 군인들은 시민들에게 발포하여 무수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것이 그 유명한 '노불링카 사건'이다.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탈출하자! 티벳 군인들은 히말라야 산악에서 독립을 위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었다. 어느 날 달라이라마로부터 군인들에게 녹음 메시지가 배달돼 왔다. 군인들은 총을 놓고 꿇어 앉아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여러분 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그렇더라도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는 날까지 분발해 싸우기 바란다'는 내용을 예상하였으나 뜻밖이었다.

"모든 생명을 가진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행복을 원하고 불행을 원치 않는다. 중국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법이 아니다. 여러분 들은 총을 버리고 법답게 살아야 한다. 총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나를 따를 사람은 인도에 오기 바란다." 이 말을 들은 군인들은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그들은 절대복종이었다. 대장이 말했다 "우리는 성하의 말씀에 따라야 한다. 여러분은 총을 버리고 각자 돌아가거라. 그러나 나는 우리 티벳 군인의 대표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 결국 대장은 독배를 마시고 자결했고, 각자 총을 버리고 제 갈 길을 택하였다.

얼마 전 TV에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을 감상하였다. 그동안 수 차레 보았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이 영화는 2005년 93세의 나이로 타계한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을 소재로 한 내용이다.

히말라야에서 등반하던 중 천신만고 끝에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 수도 라싸에 도착한다. 낯선 땅 이방인(異邦人)'하인리히'는 13세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 서방 세계의 문명을 가르쳐주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중국의 무력침공으로 평화롭던 왕국은 무참히 짓밟히는 참상을 목격하며 7년 세월을 보내게 된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달라이 라마는 흰목도리 수건을 그에게 걸어주고 그와 이마를 마주하며 "어디를 가더라도 행복이 따르며, 무슨 일을 하건 쉬이 풀리기 바라며!" 라고 기도한다. 영화 마지막 자막에 '중국 점령시 100만명의 티베트인들이 죽었고, 6천개의 사원이 파괴되었다'란 내용이 오늘의 티베트인들의 비극을 대변해 준다.

김병연 수필가
김병연 수필가

비록 나라는 잃었지만 달라이라마의 '자비와 깨달음'은 세계인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의 잔인한 전쟁을 보면서!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구촌 중생(衆生)들이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인류를 한 생명으로 보는 것이 자비정신이며, 세계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용서이다. 용서(容恕)야 말로 지구촌의 폭력과 전쟁을 종식시키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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