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교육부장

몇년전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되면서 광복절을 포함해 3일 연속 쉴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연휴가 임시공휴일로 인해 사흘로 되었다'라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그 기사에 달린 댓글이 문제가 됐었다.

"3일을 사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다있네." "국어공부좀 하고 기사를 써라." "3일과 4일도 구분을 못하냐" 등의 내용이었다.

30대 이상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열흘 등 순우리말 날과 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에 달린 댓글들 중 사흘을 4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금일'이라는 말을 사용하자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수요일인데 왜 금요일이라고 하냐'는 반응의 댓글들이 달렸다고 한다. 이런 댓글을 단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금일'에 대한 예는 또 있다. 한 대학교에서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금일까지 과제를 제출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가 과제를 내지 않는 학생들에게 왜 과제 제출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금요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것 아니었냐' '왜 헷갈리게 금일이라고 썼냐, 저처럼 금요일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적반하장식 반응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었던 웃픈 이야기가 있다.

어느 유명 카페에서 사과문을 올렸는데 그에 대한 불편함을 느낀 회원들의 항의성 댓글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 '심심한 사과'라는 말이었다.

이에 대한 댓글로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은 ㅋㅋㅋ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줌ㅋㅋㅋ" "심심한 사과 ㅎㅎ 이것때매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이라고 적으셔야 했나요?" 등이 올라왔다.

"이런 중대한 일을 놓고 고작 한다는 말이 심심?", "바짝 사과를 해도 모자랄판에 느긋한 마음으로 사과를 하다니" 등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로 인해 어휘력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으며 문해력 논란까지 일이 번졌다.

'심심(甚深)한 사과(謝過)'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매우 깊게 사과드린다는 말로, 한자의 뜻을 안다면 이런 웃픈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10~20대, 더 나아가 MZ세대들도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는 단어를 줄여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으로 해당 단어의 의미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소비하는 콘텐츠 종류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언어는 세대별로 자주 사용하는 언어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며 "심심한 사과도 특정 세대가 모두 그 뜻을 모르는건 아니다. 모르는 말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소셜미디어의 특징이 현재의 문제를 확대해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가 세대간 문해력 차이에 따른 갈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모르는 단어가 있다면 정보화시켜 알려주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중부매일은 미래 인재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신문을 활용한 교육, 즉 NIE(Newspaper In Education) 대회를 10년 넘게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공모작이 접수돼 특별상까지 신설하기도 했다.

이지효 교육부장
이지효 교육부장

"미디어 산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매체가 등장했지만 신문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 기자들은 하루하루 교과서를 만든다는 치열한 정신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는 한인섭 중부매일 대표이사의 말을 새기게 됐다.

많은 젊은이들이 신문 등, 즉 문자화된 기록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 '리터러시'를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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