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100인의 아빠단을 알게 된 건 올해 초 어린이집 공지사항을 통해서였다. 100인의 아빠단은 3~7세 까지 자녀를 둔 초보 아빠들이 육아고민을 나누고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모임으로 매년 지자체별로 모집·선발하여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는 육아캠페인이다. 필자는 9살, 6살 딸과 4살 아들을 둔 삼남매 아빠로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100인의 아빠단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새학기가 되어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둘째와 셋째는 낯선 환경이 두려운지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일이 계속되자 아내는 아침마다 아이들과 전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어린이집 공지사항에 '충북 100인의 아빠단 모집'이라는 공문을 보고 '소통의 육아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참가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충북 100인의 아빠단에 선발되고, 발대식과 함께 수여받은 임명장은 아이들이 아빠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가족캠핑, 기차여행, 가족공방' 등 아빠단 가족들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행사는 엄마 품만 찾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렸다. 또한 매주 시행하는 온라인 주간미션은 필자의 활동적인 육아 참여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온라인 주간미션 수행을 위해 월요일이면 주간일정을 계획하여 아내와 소통하면서 평일 저녁에도 자연스럽게 육아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아빠 미션 언제 해?", "이것도 미션이야?", "이거 또 해보자." 이렇게 조르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은 추석연휴에 했던 '감사 말판놀이'였다. 감사함을 표현하며 배울 수 있는 교육미션으로 추석에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 때 엄마를 찾을까봐 시작되었다. 첫째가 '오늘 감사한 일 말하기'에 걸렸다. "오늘 아빠가 새벽부터 운전하면서 힘든 기색도 안하고 잘 내려와서 감사했다"고 한다. 둘째는 '감사한 일 한 가지 말하고 뽀뽀하기'에 걸렸다. "아빠엄마가 낳아주고 예쁘게 키워줘서 감사하다"며, 아빠와 엄마에게 달려가 뽀뽀한다. 필자는 채팅 톡이나 문자로 업무상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표현을 잘 하지만, 함께 있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잘 못했는데 아이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부끄럽지만 말 할 수 있는 소통의 놀이가 되어서 완전 감동적인 미션이었다.

온라인 주간미션을 수행하고부터 평일 저녁시간은 아이들과 주제를 가지고 재미있게 육아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 일과를 물어보게 되고 저녁시간 할 일까지 이야기하다보니 소통을 하게 되어 알찬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동안 아이들을 돌보던 시간이 많았던 아내도 필자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마음에 드는지 모임이나 야근을 이해하며, 간혹 늦어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 줄어들었다.

정수현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
정수현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

아빠의 활동적인 육아참여는 가정과 회사 일의 균형을 이루고, 아이들과 교감하고 함께 놀면서, 집안일까지 나누어 아내와 함께 한다면, 이는 가정 내의 관계를 강화하고, 가족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가정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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