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세종시가 KTX 세종역 신설 야욕을 또다시 드러냈다. 2017년과 2020년 타당성 용역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이 낮아 불가하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에도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세종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체 의뢰한 비용 대비 편익 분석(B/C)에서 경제성이 확인돼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역은 2017년 국가철도공단 0.59, 2020년 국토교통부 0.86 등 정부기관이 실시한 타당성 용역 결과 두 번 모두 B/C 1 미만으로 경제성이 없어 좌초됐다.국토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세종역은 경제성과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기존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포기하지 않았다.이해찬 전 국회의원이 최초로 제안한 세종역 신설은 현 최민호 시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내건 핵심 공약이다.세종역 추진을 중단하면 공약을 지키지 못한 시장이라는 비난은 물론 차기 지방선거에서 무능한 시장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충북의 거센 반대에도 틈만 나면 세종역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는 올해 초 세종역 신설이 정부 반대에 부딪치자 대안으로 KTX 조치원역 정차와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키로 하고 지난 2월 자체 타당성 용역을 의뢰했다.아주대 산학협력단과 동명기술공단이 실시한 세종역 타당성 용역에서 B/C 1.06이 나오자 인구 증가와 공공기관 이전 등 그동안 여건 변화로 경제성이 확인됐다며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KTX 조치원역 정차는 0.5로 실효성이 없어 포기했다.

고성진 세종시 미래전략본부장은 "세종역 타당성 검토 결과 B/C 1.06이 나왔다"며 "B/C 1 이상은 세종역 설치 시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며, 시민 열망도 높다"고 주장했다. 고 본부장은 "2020년 0.8보다 0.2포인트, 2017년 0.59에 비해서는 0.47포인트나 오른 수치"라며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2집무실 설치에 따른 교통 수요는 반영되지 않아 이들 사업이 구체화되면 교통 수요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역 위치와 관련해서는 "BRT,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와 연계성, 도심 접근성을 고려해 2020년 정부 용역과 같이 금남면 발산리가 최적지며, KTX오송역과 공주역에서 각각 22km 떨어진 중간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는 자체 용역 결과를 국토부에 보내는 등 세종역 추진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져 충북도와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도와 지역시민사회단체는 세종시의 세종역 신설 추진 발표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충북도는 "충청권 상생에 위배되고 KTX 역사 위치와 건설 방식 모두 기존 계획과 동일해 안전성과 고속철도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세종시의 자체 용역 결과일 뿐이며, 추후 국토부의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TX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거점도시'라는 세종시 건설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명백한 자기 모순"이라고 비난했다.대책위는 "세종시 움직임에 일절 대응하지 않을 계획이다.만약 정부가 검토하거나 추진하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세종역이 설치되면 수도권 인구의 분산·수용은커녕 주변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고 부동산 폭등을 초래하는 등 엄청난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세종역 설치는 한쪽이 이득 보면 상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세종역이 설치되면 KTX분기역이자 행정수도 관문역인 오송역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하다.충북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두 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충청권 상생 발전과 메가시티 조성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세종시는 충청권 신뢰와 공동체를 훼손하는 세종역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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