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경숙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

지방의회는 지역의 정책을 입법화하고, 예산과 결산을 심의 의결하며, 집행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주민의 대의기관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과 보은 인사 등에 대한 비판과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인사청문제도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인사청문제도 시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고위직과 지방공사, 지방출연기관 등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 견제와 사전 검증, 그리고 임용 후보자에 대한 정당성 부여 등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때문에 인사청문회 시행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3월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충북테크노파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취소했다. 충북도가 절차를 무시한 채 인사청문회 전 중소벤처기업부에 원장 승인 요청을 했고, 그 결과 인사청문회 전 이미 원장으로 승인됐기 때문이다.

산경위는 뒷북 인사청문회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충북도의 이러한 행태에 유감을 표했다. 이후 김영환 도지사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고, 도의회가 이를 대승적으로 수용한 후에야 원장 후보자는 취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보은·정실 인사의 무혈입성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인사청문회 없이 검증 안 된 기관장이라는 찜찜한 인사가 됐다. 이 원인 중 하나는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지난 3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9월부터 지방의회에서도 조례로 정한 직위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발맞춰 충북도의회는 지난 11월 '충청북도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기존 협약에 따라 실시해오던 충북개발공사장, 충북연구원장, 청주의료원장, 충북테크노파크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물론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충북기업진흥원장, 충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등 4개 출연기관의 장을 추가해 총 8개 기관으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조례 제정을 통해 충북도의 공기업과 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도지사의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물론, 주민의 대표인 지방의회가 후보자를 검증함으로써 도지사의 인사권을 적절히 견제하고, 임용 후보자로 하여금 해당 기관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게 됐다. 즉, 도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인사 운영의 공동책임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

그 첫번째 대상은 공교롭게도 충북테크노파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출연기관이며, 충북도 과학인재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이자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관 기관인 충북과학기술혁신원 원장 후보자였다.

과기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테크노파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달랐다. 지난번 인사청문회 취소로 인한 부담감과 행정적 안일함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인지 충북도는 후보자 공고부터 선정,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도의회와 협조했다.

도의회는 충북도의 인사청문 요청에 따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1일,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인사특위는 과기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결과, 공직 경력 및 전문성 등 직무 수행 능력과 재산 형성 및 병역사항 등 도덕성과 가치관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적격'의견을 담은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박경숙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
박경숙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

이번 인사청문회는 도의회가 법령에 근거해 실시한 최초의 인사청문회이자 대의기관으로서 도지사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지난 3월 취소된 인사청문회의 오점을 해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후보자의 직무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검증함으로써 도지사와 도의회의 기관장에 대한 공동 임명과정이자 정치적 책임을 함께 나눈 첫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도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검증시스템의 정착과 도의회의 내실있고, 실효성 있는 인사청문회 운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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