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임혜란 단양중학교 수석교사

2023년이 마무리되는 시간이다. 일 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결과들이 나온다. 성적표를 받고, 상을 타기도 하고, 스스로 성취감을 갖거나 반성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송년회 모임에서 여러 해 동안 좋은 인연으로 지내는 후배를 만났다. 그녀는 참으로 열심히 산다. 그 모습은 SNS에 화려하게 기록된다. 유행에도 민감하고 감각도 뛰어나서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다. 주변을 살피는 마음도 고와서 그녀 곁에는 사람들이 항상 많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의 큰딸이 이번에 수능을 치렀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가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입시생의 부모로 3년 동안, 아니 키우는 내내 노심초사하며 열일 물리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으로 살아온 엄마이다. 학교 시험 기간에는 딸과 함께 밤을 새우고 같이 울어주고 같이 기뻐하며 지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언제나 즐겁고 환하게 웃음 짓던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큰딸 걱정 때문이었다. 수시 모집 결과가 모두 안 좋았다. 수능도 망쳐서 정시도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며 추가 합격 소식이나 기다린다고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함께 있던 이들이 한 마음으로 위로를 해 주었지만 위로가 되겠나 싶었다.

딸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재수를 한다면 시켜야 하나 고민이라고 하였다.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님과 고모, 삼촌. 지인들 모두가 아이의 대입시 결과에 대해서 말을 보태고 있었다. 그녀는 이 대목에서 울먹거리더니 자신이 힘든 것은 아이의 인생 걱정보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라고 고백했다. 친척들과 지인들이 아이의 대입시 결과를 물어볼 때마다 '창피하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엄마는 내가 창피하냐?'고 울며 물어왔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더 힘이 든다고 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내가 그 시절 가졌던 죄책감과 너무 비슷해서 그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고 난 후에야 무엇이 중요한가를 판단하고 지난 잘못된 행동을 후회했던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임혜란 단양중 수석교사
임혜란 단양중 수석교사

나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는 쇼펜하우어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요즘 베스트셀러 중에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이다.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러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어찌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타인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울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평가도 중요하게 여겨야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사실은 '중심'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눈으로 나를 평가하지 말고, 지금은 온전히 자신을 믿고, 딸아이의 성장을 돕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후배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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