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권오중 시인·가수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윤연선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얼굴'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는 극적으로 태어났다.

1967년 3월 첫 시무식 날 교장 선생님의 훈시가 너무 길고 지루했다.

따분했던 그날 음악 선생 신귀복 선생이 바로 옆에 있던 생물 선생 심봉석 선생에게 노래 제목은 '얼굴'로 정해져 있다며 시를 하나 써달라고 했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쓴 시가 바로 '얼굴'이었다. 그 자리에서 시에다가 즉흥으로 곡을 붙여서 가곡을 하나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심봉석 선생이 노랫말에 담았던 얼굴의 주인공이었던 연인과 다시 만나게 되었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동그란 굴렁쇠. 파란 잔디 위를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이어령이 한국의 미학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인의 화합과 희망을 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장면은 한 장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고, 마치 잔디에 시를 쓰는 것 같다는 평도 들었다.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는 우주에는 동그라미가 참 많다. 하늘에 떠있는 동그란 보름달, 해님이 대표적이다. 지구도 동그랗고 우주에 떠 있는 별도 모두 동그랗다. 동그라미는 온 우주의 조화와 융합을 뜻한다. 해변에 있는 조약돌도 동그랗다. 조약돌처럼 그렇게 동그랗게 동그랗게 살아가고 싶다.

'내 마음은 조약돌 비바람에 시달려도 둥글게 살아가리 아무도 모르게'

박상규가 부른 '조약돌' 노래의 가사이다. 1975년 발표 당시에 많은 인기를 얻은 곡이다. 자신의 마음을 조약돌에 비유하여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를 가사에 잘 녹여낸 노래이다. 노래 분위기와 가사가 좋아서 인기를 많이 얻은 곡이다.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정일근 시인이 쓴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의 첫 소절이다. 둥근 보름달이 뜨면 어머니 얼굴처럼 환하다.

빗방울이 연못에 담방담방 동그라미 그려요. 비 그치니 물고기도 뻐끔뻐끔 동그라미 그려요. 아이들 공책에 선생님도 동글동글 동그라미 그려요. 저 동그라미 엄마가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동그라미 권오중). 동그라미를 주제로 한 '동그라미'(권오중) 시와 '얼굴'(윤영선) 노래의 컬래버 형태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권영희 시낭송가와 함께 공연했다. 이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벽에 걸린 시계의 시곗바늘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천천히 돌아간다. 문득 시간을 되돌려 옛날로 돌아가 본다. 어릴 적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그라미 그리며 파문이 인다. 그 파문은 점점 커지다 시나브로 사라진다. 누군가 내 마음에 돌을 던지면 마음에 파문이 일며 잠 못 들 때가 있다. 파문이 갈앉고 잔잔하길 바라지만 호수처럼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며 우린 살아간다.

풀잎에 동그란 이슬방울이 함초롬히 맺혀있다. 저 동그라미 안에 우주가 있고, 평화와 사랑이 있으며 인생이 있고 진리가 있다. 둥근 달이 지면 둥근 해가 뜬다. 축구공, 농구공, 탁구공, 테니스공, 골프공 모두 동그랗다. 자전거를 비롯하여 자동차, 기차 바퀴도 동그랗다. 만약에 바퀴가 삼각형이거나 사각형이라면 잘 굴러가지 못할 것이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세월은 바퀴가 없어도 잘도 간다. 봄, 여름, 가을 지나 겨울로 잘도 달려간다. 달은 지구를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둥글게 돈다. 동그라미는 달과 지구에게 숙명이다. 그렇게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 한 달이 가고,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1년이 간다. 그리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며 2023년의 종점을 향해 달려간다. 작년 한 해 고생 많았다고 토닥이며 새해의 동그랗고 밝은 태양이 환히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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