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붕괴사고가 발생한 청주시 상당구 꿀잼왕국 눈썰매장. /중부매일DB 
붕괴사고가 발생한 청주시 상당구 꿀잼왕국 눈썰매장. /중부매일DB 

청주시가 다시 한번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다. 최근 재난·재해·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청주시에서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자칫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사고 현장은 어린이들이 많은 눈썰매장에, 그것도 가족 단위로 한참 연휴를 만끽하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세심하게 주위를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올 연말 청주시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됐다. 눈썰매장을 찾은 시민들은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었다. 더구나 눈썰매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제대로 현장을 살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상황만 모면하려고 하는 무책임은 또 다른 안전사고를 불러오기 뻔하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고,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 언론을 통해서만 알던 상황이 이제 내가 겪을 수 있고 가족과 친구에게 일어나곤 한다. 이에 '안전 의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관리는 아직도 국민이 체감하기에 부족하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으로 정부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획기적인 계획을 세울 것처럼 부산을 떨었지만 결국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정부나 국회는 국민의 여론을 의식하며 호들갑만 떨다 국민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리며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린다. 결국 안전사고가 이어지며 허망하게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됐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건 단 1건뿐이다. 여야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정쟁에 몰두해 할 일을 하지 않은 탓이다. 정쟁에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방증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일이 잘못된 뒤에는 후회하고 손을 써 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재난 상황에서는 다른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를 잃었다고 한탄만 하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결국 남아 있는 다른 소들도 다 잃을 수 있다. 재난 발생 시 이를 잘 살펴보고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다양한 재난 상황을 가정해 대응책을 세우고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매뉴얼 하나하나가 결국 촘촘한 재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시민 자신도 안전 수칙과 매뉴얼을 숙지하고 지켜야 한다. 위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안전 수칙이다. 결국 재난·재해·안전사고를 막는 것은 사고 예방을 위한 빈틈없는 정부의 안전 시스템과 안전 의식이다. 오송 참사가 발생한지 6개월이 다되가지만 아직 갈 길 먼 안전 시스템과 안전의식이 안타깝다.

키워드

#사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