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승천하면 마을 번창하고 큰 인물 태어나"

편집자

용(龍)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5번째이자,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중국의 문헌인 '광아(廣雅)' 익조(翼條)에 용의 모습은 아홉 가지 동물 모습을 담겨 있다고 묘사해놓았다.
'용은 인충(鱗蟲) 중의 우두머리[長]로서 그 모양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즉, 머리(頭)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角)은 사슴, 눈(眼)은 토끼, 귀(耳)는 소, 목덜미(項)는 뱀, 배(腹)는 큰 조개, 비늘(鱗)은 잉어, 발톱(爪)은 매, 주먹(掌)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아홉 가지 모습 중에는 9·9 양수(陽數)인 81개의 비늘이 있고, 그 소리는 구리로 만든 쟁반(銅盤)을 울리는 소리와 같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있고, 턱 밑에는 명주(明珠)가 있고, 목 아래로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으며, 머리 위에는 박산(博山 : 공작꼬리무늬같이 생긴 용이 지닌 보물)이 있다."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상 속 동물인 셈이다.
그러나 용은 마치 실존하는 동물처럼 예부터 우리 전통문화 곳곳에 자리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용과 관련된 전설로 각 지역의 지명유래가 많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충북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에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를 중심으로 대청호 일대를 3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용의 형상이 나타났다. 충북이 승천하는 용을 품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새해 청룡의 변화무쌍하고 원대한 기운이 충북에 전해져 충북이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 글 김미정, 사진 충북도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충북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에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를 중심으로 대청호 일대를 3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용의 형상이 나타났다. 충북이 승천하는 용을 품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새해 청룡의 변화무쌍하고 원대한 기운이 충북에 전해져 충북이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 글 김미정, 사진 충북도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용은 민간에서 수신(水神)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물 또는 물이 풍부한 지역에 용 관련 전설이 남아있다.

충북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청남대 이근 대청댐 수몰 이전부터 물이 풍부해 용과 관련된 지명 유래가 많이 있으며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청주시 문의면 상장리(上長里)에는 작은용굴, 용굴고개, 용굴들 등 용 관련 지명이 있다.

작은용굴은 청남대'로 가는 도로변에 있는 동굴로 길이 약 100m이며 입구는 3개로 많은 동물뼈가 수습됐다.

용굴고개는 '작은용굴' 남쪽에 있는 고개로 '작은용굴'에서 구룡2리로 갈 때 넘어가며 용굴들은 '작은용굴'앞 남쪽에 있는 들을 지칭한다.

노현리(盧峴里)에도 큰용굴, 용소스미 지명이 있으며 용소스미는 '큰용굴'에 있는 샘으로 용이 등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미천리(米川里)에는 용터골(미천리 마을 서쪽에 있는 들로 용이 승천한 터라는 이야기가 전해짐), 대청댐 용꼬리가 있다.

구룡리(九龍里)는 마을에는 크고 작은 용혈이 9개가 있는데, 9룡이 각각 9소(巢)에 깃들어 살았다고 전해지며 이곳 오룡동은 다섯 마리의 용이 여의주 하나를 놓고 쟁취하려는 형국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산덕리(山德里)에는 용두·왜마루과 이무기 둠벙이 있다.

용두는 지형이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 붙인 이름이며 왜마루는 기와점이 있던 곳으로 와촌(瓦村)에서 변형된 명칭이다.

이무기 둠벙은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는 웅덩이로 달리 '이무기 잡은터'로도 불린다.

덕유리(德留里) 구룡산은 아홉 마리의 용이 모여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으로 구봉(鳳)산, 삿갓봉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밖에 묘암리(妙岩里) 용머리골, 소전리(所田里) 비룡산, 문덕리(文德里) 비앙골, 후곡리(後谷里) 용징이, 가호리(佳湖里) 용바위 등도 용과 관련된 지명이다.

충북도내 곳곳에도 용 관련 전설로 인한 지명이 많다.

청주시 용암동은 본래 청주군 동주내면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용바위가 있어 용바위골 용박골 또는 용암리라 했다. 1914년 일제 행정구역 통폐합 정책에 따라 유현리를 병합해 용암리라 명명하고 사주면에 편입했다. 이어 1963년 용암동으로 바꾸어 청주시에 편입했다.

용바위 전설은 문인이 용을 죽이면 정기를 물려 받을 수 있다고 해 용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 100일째 천둥 번개와 폭우가 쏟아져 무사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 무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용이 승천을 하고 있었다. 무사가 무력함을 한탄하며 바위를 차며 어디론가 가버렸는데, 장수발자국이 남아 있으며, 용이 승천한 곳을 용바위, 용물 웅덩이라 했고, 근처 마을을 용바위골(용박골·용암동)이라 전해진다.

충주시 용산동에 전해지는 전설은 충주시 용산(龍山)언덕 남쪽에 작은 못이 있었는데 못에 용이 살고 있으며 용이 승천하면 마을이 번창하고 큰 인물이 태어난다는 말이 전해진다. 어느날 짙은 안개가 끼고 풍악 소리가 들려 용이 승천하는 것 같아 마을 사람들이 집 밖을 나오지 않았으며, 용이 완전히 승천했다. 고구려가 충주를 점령한 당시 풍수가 용이 승천한 용산으로 인해 충주에 왕기(王氣)가 있다고 해 이를 누르기 위해 용산에 석탑을 세웠다고 한다.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구룡소(九龍沼)에 전설은 송계계곡에 아홉 개의 소가 있고, 구룡소라 부르며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보은군 회남면 남대문리 용굴은 용이 살다가 떠난 굴이라고 해 '용굴'이라고 불린다.

옥천군 옥천읍 용바위 전설은 비가 많이 오는 날 물꼬를 보던 사람이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소리를 치자 많은 마을 사람들이 나와 용의 승천을 구경하는 순간 용이 몸부림치며 마을로 향해 떨어지고, 용이 죽었다. 용이 떨어진 곳으로 갔으나 용은 사라지고 커다란 바위가 생겨났으며, 그 바위를 용바위라고 부른다.

영동군 용산면 용산(龍山)은 산의 모습이 용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산의 주봉인 국화봉에는 용암(龍岩)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린다고 한다.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용두산에 얽힌 전설은 도하리에 인정많은 삼천꾼석인 유부자가 살고 있었다. 유부자의 자손이 장성해 며느리를 맞았으며, 이후 더욱 많은 손님이 찾아오자 며느리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날 스님이 찾아왔을 때 며느리가 손님이 줄어드는 방법을 물어보자, 앞의 산줄기의 골짜기를 따라 길을 닦으라고 알려준다. 길을 닦는 중 산 중턱에서 붉은 핏줄이 하늘로 치솟고 그 후 점차 손님이 줄어들었으나 가세도 기울어 유부자 집은 거지신세가 됐다. 나중에 이유를 알아보니 유부자집 앞산이 용의 형상으로 길을 낸 자리가 용의 허리로 허리가 잘리게 된 것이다. 이후로 이 산을 용두산이라고 부른다.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용소(龍沼)는 가난한 형편에 어미니가 평들어 있는 한 나무꾼이 계곡 한 가운데에서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목격하고 그 곳에 가보았더니 물 가운데에 떡갈나무 잎이 떠 있고 그 위에 옥으로 된 구슬이 빛을 내고 있었다. 이 구슬을 가지고 와 어머니에게 드렸더니 어머니가 구슬을 손을 드는 순간 병이 다 나았다. 이 구슬은 나무꾼의 효심을 생각하여 용이 주고 간 것이라고 하며 용이 올라간 곳을 용소라고 부른다.

단양군 영춘면 동대리 용소(龍沼)는 이무기는 용이 돼 승천하는데 그 광경을 나무꾼이 보게되자 용은 땅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 용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오줌을 싸게 됐는데 이것이 떨어져 괴인곳이 현재의 용소다.

한편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54곳 지명이 용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마을이 103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 31곳, 하천 6곳, 평지·저수지 등 기타 14곳이다.

앞서 국토지리정보원이 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를 맞아 용과 관련한 지명을 조사·분석한 결과, 전국 1천261개 용 관련 지명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 충북에는 마을 57개, 산 10개, 바위와 고개 각 2개, 섬 1개 등 72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이후 용 관련 지명을 분석하지 않아 현재와 다소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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