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유정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기후 위기를 실감하는 겨울의 한자락이다. '코끝을 에이는 매서운 추위가 겨울답다' 라고 하기엔 지난 한주 날씨의 변죽은 가관도 아니었다. 겨울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삼일이 넘어가더니 장마같고,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이내 한파경보와 함께 비는 눈으로 변했다. 폭설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 붙은게 마치 거짓말 같이, 불과 서너 날 전에는 외투가 필요없을 만큼 포근한 일기였다는걸 믿기 어렵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건 이미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고, 기업도 수년째 ESG 경영으로의 조직구조 개편에 골몰하고 있다. 이제는 바야흐로 기업의 재무 성과 외에도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시대가 됐고 소비자는 이를 선택한다. 시대의 흐름이 이러할 진데, 하물며 정부는 어떠해야 하는가? 어제 저녁 뉴스에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환경정책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친환경산업 관계자들의 토로가 뼈아프다. 이율배반이다. 정권의 성향으로 손바닥 뒤집듯 하기에는 시대의 화두가 너무나 절절하지 않은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비단 환경분야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다르지 않았다.

사회취약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부가 충족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를 확충,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던 지난 20년. 정부정책은 어디가고, 우리사회의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극복하는 대안제로 우뚝 섰던 사회적경제 영역에 칼을 빼들고 나섰다. 이런 정책의 혼선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으로 분투하고 있는 선의의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기를 저하할 뿐 아니라, 새로운 새싹을 짓밟는 행위이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이런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은 이율배반인가 싶을 만큼 올해도 사회서비스영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성장, 고령화라는 결코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를 막아나서기 위한 방편인 듯 보이나, 정책일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2023년 2분기(통계청 11월 24일 발표) 임금근로일자리 동향 최근 발표에 의하면 전년 동기 37만 9천개 증가했다고 발표하였으나, 속내는 다른 듯 하다. 전년 대비 전체 37만 9천개의 일자리가 늘었는데, 이중 29만개가 60대 이상 고령자 일자리로서, 실제 10개 중 7개는 노인일자리였다는 셈이다. 핵심경제동력인 40대는 고작 3천개가 늘었으며, 미래세대 20대 일자리는 1년전보다 6만 8천개 감소한 결과였다.

절대적 수치가 늘었다고 정부는 발표했지만, 속내는 가장인 아버지는 일자리가 없고, 어머니는 요양보호사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나가 불안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는 결론이 아닌가 씁쓸하다.

송유정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송유정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 이사장

이처럼 이율배반인가 싶지만, 그렇다고 정부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건설을 포기할 수 없으니 보편적 복지를 슬그머니 감추고, 약자복지, 서비스복지, 복지재정혁신이라는 기조로 복지와 고용과 성장이 선순환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실현하겠다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약자복지를 통하여 사각지대에 대한 적극적 대응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사회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부터 정부는 질병,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고 사회적고립감에 시달리고 있는 성인들에 대하여 일상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가족을 돌보는 '영케어러'를 대상으로 돌봄과 휴식, 심리, 문화 등 복합적 욕구를 해결하는 일상돌봄서비스를 최소 본인부담을 통해 제공하겠다고 선언했고, 청주시는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아울러 질병 사고 장애 및 주돌봄자의 사망 등 일시적인 돌봄공백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일시적 재가돌봄가사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홍보 및 예산 부족으로 사업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사회서비스 고도화인지는 나는 모르겠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정부의 몸부림인 것은 인정하겠다만, 일관성이 없는 정책의 아노미속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목표로 함께 나아가야 할 사회적경제 영역 등 현장은 추워진 날씨 속에 잔뜩 오그라들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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