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학교 소멸 위기는 인구의 50.6%가 사는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처럼 비수도권 학교의 폐교 위기가 심각하다.

수도권도 먼 얘기가 아니다. 합계 출산율 저하로 해마다 학령 인구가 급감해 아파트 밀집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소재 학교도 머지않아 지방처럼 통·폐합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배포한 '전국 초·중·고 입학생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입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는 전국에서 164개교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145개교, 중학교 11개교, 고등학교 8개교다. 지역별로는 경북 34개교, 전남 30개교, 전북과 강원 23개교, 경남 17개교, 충북 13개교, 충남 8개교, 서울 7개교, 경기 5개교, 인천·부산·울산 각각 1개교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폐교는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결혼 적령기 청년들이 막대한 주거 비용, 사교육비 등 육아 부담, 일자리 부족, 치열한 경쟁, 남녀 갈등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생 문제는 도시보다 농촌 지역이 심각하다.

취업과 교육을 위한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방 인구 절벽과 학교 폐교 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농촌에서 아이가 울거나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충북의 한 농촌에서 아이가 태어나자 마을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리고 동네잔치까지 벌였다는 언론 보도에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2017년 1.019명에서 2018년 1명 이하인 0.924명으로 떨어진 뒤 2019년 0.932명, 2020년 0.892명, 2021년 0.86명에 이어 2022년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 1.24명 이후 7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는 1분기 0.81명, 2분기와 3분기 각각 0.70명의 합계 출산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한 뒤 2025년 0.65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추세라면 50년 후인 2072년 인구는 3천622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여성들이 평균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나라가 됐다.

지난 15년 간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출산율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3년부터 OECD 국가 중에서 합계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홍콩, 마카오를 제외하고 한국이 유일하다.

학교 폐교는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에서 올해 신입생이 '0명'인 학교는 13곳이다. 초등학교는 5곳이다.

제천 화당초, 보은 판동초, 진천 문상초, 단양 가곡초 대곡 분교, 단양 가곡초 보발 분교 등이다.

초등학교 의무 취학 예정자 수는 1만1천733명으로 지난해보다 16%, 2천243명이나 감소했다.

충남은 11.8% 줄었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의무 취학 예정자 수는 1만6천752명으로 전년 1만8천993명보다 2천241명 줄었다.입학생이 없는 학교는 천안 1개교, 보령 3개교, 홍성 1개교, 서산 1개교, 당진 1개교, 금산 1개교, 태안 1개교 등 8개 학교다.

대전은 1만962명으로 지난해 1만1천426명보다 4%, 464명 감소했다.신입생 0명인 학교는 없다.

한기현 논설위원
한기현 논설고문

지난해 출생아 수는 주민등록 기준 23만5천39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교 폐교를 방치하면 안 된다. 출생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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