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사회부장

우리 사회가 분노로 가득하다. 갑질이 판치고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되면 서슴지 않고 공격한다. 날을 세우며 상대를 깎아내린다. 이로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일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일정을 소화하던 중 괴한에게 흉기로 습격당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를 통해 정확한 범행동기가 밝혀지겠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정치의 양극화가 더욱 노골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결국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노를 표출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정치인이 피습 당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 직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한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가해 남성은 곧바로 현장에서 당 관계자들에게 제지됐고 경찰서로 연행됐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5월 선거 지원 유세 중 피습됐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다가 흉기로 습격당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청중이 던진 달걀을 얼굴에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2007년 12월 경기 의정부에서 거리 유세를 하다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았다.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이처럼 다 알려지지만 실상 일반 국민에 향한 범죄는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알려지지 않은 것이 다반사다.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는 일선 행정기관에서 고질적인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민원 중에는 당사자가 공직자였던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신이 겪었던 일을 후배 공직자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주는 꼴이다. 사회 곳곳에 이 같은 분노 표출이 만연해 있다.

특정인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 난동 범죄가 하루가 멀다 않고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는 물론 사적인 공간에서까지 사건이 발생하며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마음 놓고 다니던 거리도 이제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길을 걷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움찔 놀라기 일쑤다. 얼굴이 험상궂거나 흉기와 비슷하게 보이는 물건을 볼 때면 멀리 피하기 바쁘다. 사람이 없는 곳에 골라 범행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제는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버젓이 범죄가 발생한다. 마음 편히 길을 걸을 수도, 안전하게 지낼 곳도 없는 사회가 됐다. 동료나 가족은 물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 의한 범죄로 누가 하나 믿을 수 없는 지경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탄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장병갑 사회부장
장병갑 사회부장

분노의 시대다. 내가 분노의 대상자에서 분노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생각이 같지 않으면 '다를 수도 있다'가 아니라 '틀렸다'고 치부한다. 내가 아니면 배척하고 없애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탄스럽다. 작은 것부터 함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르지만 같이 갈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 '다르다'에 대해 얼마나 냉담하고 무관심한지도 정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인정할 때 우리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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