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ㆍ김하늘 주연의 '청춘만화'(감독 이한, 제작 팝콘필름)는 '착한' 영화다. 이 영화를 착하게 만드는 건 '상우'라는 이름을 가진 또 한 명의 배우 이상우가 맡은 영훈 역 때문이다.

26살의 이상우는 데뷔가 늦은 편.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를 다니다 군복무 후 작년에야 KBS 2TV '열여덟 스물아홉'에서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류수영의 동생으로 등장했다.

"배신감 느껴서 공부를 그만뒀어요." 언제 배우가 될 결심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고등학교 때 까지 선생님들이 그러시잖아요. '조금만 참으면 돼. 대학 가면 너네 세상이야'라고. 그런데 웬걸요. 대학 때도 고등학교 못지않게 공부해야 되더라구요. 그래서 배신감 느껴 공부를 때려치웠죠." 순한 얼굴의 그에게서 다소 파격적인 말까지 나왔다.

남들보다 늦게 배우를 꿈꾼 그는 "처음엔 엄청 힘들었는데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고 말했다. "처음보다는 훨씬 적응되면서, 하루하루 발전해가고 있다고 느끼면서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

'청춘만화'에는 악역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달래(김하늘)의 남자친구이자 지환(권상우)의 친구인 영훈이 악역이 될 뻔한데 영훈은 오히려 달래와 지환을 화해시키고 결정적으로 두 사람을 이어주는 데 공헌한다.

착하기만한 역, 답답하지 않았을까.

"제가 '연애소설'같이 잔잔한 영화를 좋아해요. '청춘만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이한 감독님을 만났는데, '연애소설' 감독님이어서 더 하고 싶었습니다. 이 감독님 영화에는 착한 인물만 등장하잖아요. 그 용기가 전 좋던대요."
저우싱츠(周星馳)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유치하지만 착한 인간의 성정을 꾸준히 드러내는 그의 용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춘만화' 촬영장은 '청춘만화' 같은 분위기였다. "상우형이 웃겨주고, 하늘이 누나가 리드해주고. 정말 착하고 트러블 없는 곳이었죠."
시트콤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에 출연 중인 그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 게 큰 복"이라며 주위의 배려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제가 중간에 투입됐지만 시청률이 여전히 낮아요. 그런데 제작사 대표님께서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지요. 너에게 좋은 경험이 될 테고,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 다음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정말 고마운 말씀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라는 직업에 인생을 걸고 싶다"는 이상우는 "무엇보다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연습으로는 부족한 실제 연기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속에서 185㎝에 이르는 그의 큰 키와 권상우 아버지로 출연하는 정규수의 작은 키가 대비되며 잔잔한 웃음을 준다. 한때 그는 90㎏에 육박하는 거구였다.

"중학 시절 많이 말랐는데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고 보디빌더를 꿈꿨어요. 120㎏까지 찌우려고 했는데 직업으로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하루 8시간 규칙적으로 자야 하고 생활습관도 거기에 딱 맞춰 살아야 해 친구들도 못만나니까요."
요즘은 살을 빼고 있는 중. 체격이 크니까 신체 연기가 어색할 때가 많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선유도에서 단순히 뛰는 장면을 이틀 동안 찍으면서 굉장히 힘들다고 느껴 액션 연기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할 만큼 아직까지 신인티를 다 벗지 못한 그는 "연기의 다양한 접근법을 배우기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의 말을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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