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서희 세종취재본부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 마련한 내집.

입주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진행상황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앞으로 새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꿈을 꾸며 희망에 부푼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만드는 내집.

그런데 입주하기도 전에 사전점검을 위해 방문한 집 곳곳에는 하자가 나타나고 인분까지 발견됐다면 입주자의 심정은 어떨까.

보수의 문제를 넘어 신뢰감이 떨어지는 등 분통이 터지고 입주가 꺼려질 것이다.

실제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산울동 A아파트 사전점검 과정에서 시공 불량 등 여러 가지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세종시가 지난 9일 전문가와 함께 본격적인 점검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는 31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A아파트는 아파트 1천350가구와 오피스텔 217가구 등 총 1천567가구 규모로, 지난 5∼7일 입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사전점검이 진행됐다.

사전점검에서 발견된 각종 문제점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과 세종시청·세종시의회 홈페이지 등에 잇따라 올라왔다.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천장에 형광등이 설치되지 않았고, 벽면 타일 마감도 미흡했다"며 "복도에는 건축 자재들이 가득 쌓여 있고, 마루에는 큼지막한균열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는 "아파트 복도는 물론 실내에 건축자재가 그대로 쌓여 있고, 콘센트나 스위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다"며 "벽에는 욕설로 추정되는 글자 모양으로 긁힌 자국이 남아 있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화장실에서 치우지 않은 인분이 발견됐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한 입주 예정자는 "일부 가구 화장실 변기에 오물이 가득했고, 화장실 하수구에서 인분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입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세종시에 준공 연기 등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없도록 현장 조사를 한 뒤 시공사에 문제점을 보완할 것을 요청하겠다"면서 "준공을 마무리 한다고 하는데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전 협의를 해서 보완사항이 완벽하게 처리되도록 할 것이며 사전점검 추가로 할 것인지는 입주민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시공사의 무성의한 사전점검은 입주예정자들의 분통을 사기에 충분한 것 같다.

사전점검 일정도 지키지 않았다. 주택법에 따르면 적어도 입주 45일 전, 작년 12월 15일에는 사전점검을 실시해야 하지만 지난 5∼7일로 늦췄다.

입주 예정일을 불과 20여 일 남겨두고 진행된 사전점검이었다. 입주예정일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시공사의 무성의한 사전점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주택에서의 하자요인에 대한 정보의 축적 등이 시급해 보인다.

시공사는 하자요인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금더 세심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고 점검 주체인 지자체에서는 사전에 하자요인을 찾아내서 지도하고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서희 세종취재본부
신서희 세종취재본부

내 가족이 거주할 집을 짓는 마음이 담겼다면 이런 하자가 발생했을까. '영끌족'들은 하자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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