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만나 같은 인생길 걸어온 친구… 고향 충주서 '선의의 경쟁' 눈길

편집자

오는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기존 국회의원들은 물론, 다양한 직업군의 정치 지망생들이 대한민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며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의지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아주 특별하고 남다른 인연을 가진 친구 2명이 정치에 발을 딛고 경쟁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반 친구로 만나 함께 경찰대학교에 입학하고 평생 경찰관으로 같은 길을 걸어온 정용근(59) 전 치안감과 노승일(59) 전 치안감.
두 사람은 40여 년의 인연을 뒤로 한 채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각 고향인 충주에서 여당과 야당으로 출마를 준비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용근 전 청장(왼쪽)과 노승일 전 청장이 충주고등학교 동문회관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용근 전 청장(왼쪽)과 노승일 전 청장이 충주고등학교 동문회관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정용근 전 청장과 노승일 전 청장은 모두 고향인 충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정 전 청장은 목행초와 충주중, 충주고등학교를, 노 전 청장은 교현초와 충일중,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둘의 인연은 충주고 3학년 시절, 같은반 친구로 만나면서 시작된다.

같은 학급에서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으로 주목 받던 두 친구는 1983년 동시에 경찰대학교에 입학했다.

경찰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를 당시, 필기시험과 체력검사, 면접을 볼 때마다 두 친구의 부친들이 보호자로 나서 함께 다니다 보니 부친끼리도 잘아는 사이가 됐다.

둘은 경찰대 3기로 졸업하고 경찰관이 돼 총경, 경무관 치안감으로 승승장구하면서 고향인 충북에서 경찰의 최고 수장인 충북지방경찰청장을 나란히 역임했다.

정용근 전 청장이 지역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용근 전 청장이 지역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용근 전 청장은 음성경찰서장과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교통국장을 역임했으며 대전경찰청장을 끝으로 지난해 10월 말 명예퇴직 했다.

명퇴 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제22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충주지역을 누비면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 전 청장은 정치 입문 동기에 대해 "대전경찰청장으로 재직할 적에 잘아는 유명한 목사님과 주변 여러 분들이 정치 입문을 권유했고, 나 역시 청와대에서 두번이나 근무하는 등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그냥 사장시키는 게 아깝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10여 년 전 총경 때부터 주말마다 수안보에 내려와 농사를 지어왔고 앞으로는 정치인으로 충주를 위해 봉사하면서 아예 고향에 뿌리를 박겠다는 생각으로 귀향했다"고 말했다.

노승일 전 청장이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승일 전 청장이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승일 전 청장은 청주 흥덕경찰서장과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을 역임했으며 2022년 충남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경찰을 퇴직했다.

조만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2022년 경찰국 신설을 논의하는 전국 시도경찰청장 회의에서 경찰국 설치의 부당함에 대한 소신을 밝힌 뒤 대기발령을 받게 됐고 사실상 퇴임하게 되면서 정치 입문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청장은 "경찰국 사태를 시발점으로 우리사회 여러 분야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같은 퇴행적 상황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뛰어들겠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고향에 대한 애정과 충주가 침체돼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결정적으로 나를 정치로 이끌게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충주고, 경찰대 동기생과 경찰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비슷하게 겹치는 모습이 많다.

정 전 청장과 노 전 청장은 모두 한양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정 전 청장의 부인과 노 전 청장의 부인은 둘다 고향인 충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충주여고 동문이다.

두 사람의 부친이 모두 공무원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정 전 청장의 부친 정태준 씨는 충주시에서 공직생활을 했으며 노 전 청장의 부친 노세호 씨는 경찰관으로 공직생활을 했다.

특히 정용근 전 청장의 장인은 전국가톨릭농민회 회장을 지낸 김상덕 씨로 대표적인 농민운동가다.

이 때문에 정 전 청장은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반대로 결혼을 2년 동안이나 미루다가 부친과 담판을 지은 후에야 결혼에 골인했다.

노 전 청장의 부인은 서울교대를 나와 현재 서울 청솔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남다른 부부 금슬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5일 자신의 저서인 '삶과 도전'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를 열었고 노 전 청장도 지난 6일 자신의 저서인 '정의와 결단'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를 갖고 본격 정치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처럼 40여 년 동안 각별한 인연을 맺으면서 경찰 고위직을 지낸 두 친구는 이제 서로 다른 정치적인 노선으로 만나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정용근 전 청장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 윈윈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친구와 경쟁하게 된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잘되는 사람은 그길로 가고 다른 사람은 다른 길을 모색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승일 전 청장은 "친구 간에 경쟁을 하다보면 서로 자극을 받으면서 긴장감을 갖게 되고 그런 상황이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친구 간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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