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1979년 신군부에 의한 12·12군사쿠데타를 스크린에 담아 화제가 되고있는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한달여 만에 1천만 관객을 넘어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이 영화는 12·12군사 쿠데타 당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인물들이 맞서며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실명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법적 규제 때문에 영화 속 실존인물은 극중 이름으로 그려졌다.

영화 속에서 당시 독재자였던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사망한 10·26사태 이후 민주화의 희망을 일컫는 '서울의 봄'이 찾아왔지만 신군부인 전두광 보안사령관이 육사 출신 '하나회'라는 사조직 인맥을 총동원해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 영화는 권력을 잡기 위해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광 일당과 이를 진압하기 위해 맞서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에서 벌어진 일촉즉발의 상황을 담았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불과 44년 전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제 사건들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실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몰입감은 확실히 더 크게 느껴진다.

이미 알고있는 지나간 역사임에도 관객들은 영화 속 전두광 일당의 쿠데타 성공이라는 결말에 큰 분노를 느낀다.

특히 절대적인 숫적 불리함 속에서도 정의를 위해 목숨 걸고 대항했던 진압군의 패배로 끝을 맺는 이 영화가 우리 역사 속의 실제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고난 후 분노에 찬 관객들이 심박수를 체크하는 챌린지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신군부 전두광 일당의 군사쿠데타 성공까지만 담고있다.

그렇다면 쿠데타 성공으로 국가의 운명을 바꾼 실제 인물 전두환은 우리 역사에 성공한 인물로 남았을까?

당시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모든 권력을 독점했다.

전두환은 막대한 비자금까지 챙겼다가 5공 비리에 휘말려 법원으로부터 2천200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지만 "전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끝까지 버텼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발포명령자로 지목되고 있는 그는 끝내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채 사망했다.

전두환은 대통령까지 지냈지만 군사반란죄와 내란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그의 유족들은 장지를 구하지 못해 전두환의 유해를 지금까지 연희동 자택에서 2년 넘도록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그의 유해를 파주시에 묻으려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파주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 속 전두광은 성공한 쿠데타의 주역이지만 역사 속 전두환은 시신마저 갈 곳 없는 초라하고 실패한 인간으로 남게됐다.

권력은 부질없고 무상하지만 역사는 변함이 없고 영원하다.

나보다는 우리, 우리보다는 전부를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어야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일러준 역사 속 교훈이자 진리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제22대 총선이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지도자가 되겠다고 총선 출마를 밝힌 많은 인물들이 이 불변의 진리를 한번쯤은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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