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정치행정부 차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아닌 공천권을 쥔 자에게 손 내미는 낯 뜨거운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윤석열'과 '이재명'이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외치면서 이재명 당대표 방탄국회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윤석열 정권은 검찰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외친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혐오의 언어를 서슴없이 꺼내든다. 출마선언에 등장한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는 악인으로 묘사된다.

정제된 언어로 지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줘야할 예비후보들이 혐오의 단어를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유는 '공천' 때문일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보다는 공천이 본인의 당락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믿음은 이미 신념이 된 듯 하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이재명 대표와 야당을 공격해 대통령의 눈에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심 공천은 없다'고 천명했지만, 예비후보들은 이를 믿지 않는 눈치다. 본인의 경쟁력보다는 용산의 의중에 운명을 맡기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친명 색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출마선언의 대부분을 윤 정부 비판에 쓴다. 그것이 부족하면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에 대한 혐오도 마다하지 않는다. 야당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꺼내드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민의 귀를 따갑게 하는 혐오의 언어는 국민을 위한 정권심판이 아닌 이재명을 위한 정권심판으로 오해하게 한다.

공천에만 목을 매는 예비후보들 덕에 이번 총선은 '공약 없는 총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하나같이 ◇◇클러스터 조성, ○○특구 지정, 새로운 먹거리 창출, 바이오·배터리 산업 강화 등 어디선가 10번은 들어봤던 내용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상 처음 들어보는 신선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추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예비후보는 출마선언문을 상대편에 대한 비판으로만 가득 채웠다. 지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신동빈 정치행정부 차장
신동빈 정치행정부 차장

우리는 2022년 3월 9일 혐오로 물든 대선을 치렀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협치 없는 정치는 민생을 병들게 하고, 서민들의 삶을 절벽으로 몰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상대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은 퇴출돼야 한다. 국민의 대표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는 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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