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은지 문화부장

Q.다음 중 각 상황에 맞는 충청도식 대답으로 거리가 가장 '먼' 것을 고르시오.

①위급한 상황일 때: 괜찮아유~죽기밖에 더 하겄슈? ② 배고플때: 배가 너무 고프구만유. ③급하게 이동할 때: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④집에 벌레 나올 때: 내비둬. 키우는거여.

정답은 2번이다. 충청도 사투리의 특징은 바로 답하지 않고 돌려말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배고플 때 충청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밥 새로 하는겨?"라는 표현이 있단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 인기가 범상치 않다. 박남정의 '널 그리며', 나미의 '빙글빙글' 같은 시대를 풍미한 유행가뿐만 아니라 부여흑거미, 부여의 소피마르소, 쟈니윤, 오함마, 완쓰강, 쌥쌥이 등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에서도 인기비결의 핵심이 충청도 사투리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충청도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유머코너는 왕왕 있었다. 지난 1991년에 KBS 유머일번지에서 방영한 김학래, 최양락씨가 출연한 '괜찮아유', 2005년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그까이꺼 대충' 등의 코너들 말이다. 개그코너의 인기비결은 돌려말하는듯 하면서 뼈를 때리는 풍자다. 일테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그까이꺼 뭐 대충 국회에서 멱살 잡고 싸움박질이나 하면 되는 거 아녀?"라는 식으로 꼬집는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문화인류학 4부작 중 3부인 '문화를 넘어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고맥락성의 사람들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이 하려는 말을 이미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는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돌려서 이야기하게 되며 핵심을 집어내는 일은 듣는 사람의 몫이다. 말하는 사람이 핵심을 일러주는 것은 듣는 사람의 인격에 대한 모욕이자 침범이 된다.'

드라마의 흥행만큼 온·오프라인에서 충청도 사투리 일화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충청도 사투리를 돋보이게 하는 축약과 해학도 한몫한다. 출튜?(춤을 추겠냐는 뜻), 헐겨?(어떤 일을 하겠냐는 뜻), 갔댜(사망했다는 뜻) 등등 은유와 재치의 미학도 빠질 수 없다.

이는 매 선거에서 충청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다만 속을 알 수 없다는 비판도 함께 들으면서 말이다.

고맥락문화로 분류되는 충청도 사투리와 일맥상통하는 정서는 신중함과 배려, 선비정신으로 귀결될 수 있다.

사실 드라마 소년시대는 1980년대 학교폭력의 그늘을 정면으로 다뤘다. 드라마 내레이션으로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방관들을 했지만 그건 때린 놈의 입장이지 맞은 놈의 입장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여운이 길다. 드라마는 거친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순수하고 정감 넘치는 충청도 사투리를 직관적으로 대면할 수 있는 장치로 십분 활용됐다.

황경수 청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는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에 비유된다. 즉, 달처럼 한적하니 밤하늘에 떠서는 안 보는 척하면서 세상만사 다 굽어보고,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슬바람"이라면서 "충청도의 퍼스낼리티(personality)가 혼탁한 언어와 극단의 진영논리에 발목 잡힌 우리 사회의 강퍅한 경직성을 풀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박은지 문화부장
박은지 문화부장

각박한 세상 충청도 사투리처럼 한번 더 배려하는 마음으로 유머와 여유를 장착하고 돌려말해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자~고만 좀 디다보고 충청도 사투리 워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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