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메카'인 충무로가 '드라마 1번지'를 겸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또 방송국은 드라마를 만드는 곳이라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여의도와 충무로로 대표되는 방송(드라마)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방송국이 영화를 만들고, 영화사가 드라마를 만드는 '크로스 오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브라운관 입성하는 영화제작사들
더 이상 드라마는 방송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외주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외주제작사들에 이어 영화제작사들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연애소설' '야수' '청춘만화'등을 만든 영화사 팝콘필름은 이성재와 엄태웅이 출연하는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가제)을 시작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병행한다.

이 작품을 신호탄으로 영화사들이 제작한 드라마가 연이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의 영화 투자배급사로 꼽히는 CJ엔터테인먼트도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MK픽처스, 진인사필름 등 중견 영화사들도 드라마 제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IHQ, 팬텀 등 종합엔터테인먼트사들도 매니지먼트는 물론 영화제작사와 드라마제작사를 함께 거느리고 있어 사실상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같이 하고 있다.

감우성ㆍ손예진 주연의 SBS 드라마 '연애시대'를 제작하는 옐로우필름 역시 자회사인 상상필름을 통해 강동원ㆍ이나영 주연의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을 제작한다.

'연애시대'는 한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영화 제작스태프를 동원해 영화 촬영 식으로 제작한다. 제작사뿐 아니라 제작 현장까지 영화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도 영화식 제작, 방송국도 영화 제작,
'혈의 누' 등의 영화에서 미술을 담당했던 민언옥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비주얼을 총괄 감독한 MBC 수목드라마 '궁'은 빼어난 영상과 미술로 극찬을 받고 있다. 영화의 프로덕션디자이너 개념을 드라마에 도입해 성공적인 접목이 이뤄진 것.

이처럼 드라마에 영화적 장점을 이용해 발전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궁'을 시작으로 5월 방송예정인 MBC 특별기획드라마 '주몽', SBS 드라마 '연애시대',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 등은 영화인ㆍ래핑보아ㆍ비단 등 모두 영화 마케팅 전문 대행사가 홍보를 맡은 드라마. 영화 마케팅과 같은 방식으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로써 작가, 연출, 제작, 홍보 등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영화의 영향이 드라마에 미치게 된 셈이다.

동시에 방송사도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4월6일 개봉하는 최강희ㆍ박용우 주연의 HD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MBC와 싸이더스FNH가 공동 제작했다. 두 회사는 HD영화 '천하명당 무도리'도 촬영 중이다. 또한 MBC프로덕션은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도 제작하고 있다.

KBS미디어는 알토미디어와 함께 '복씨네 복 터졌네'를 영화로 제작하며 SBS도 CJ엔터테인먼트ㆍ토일렛픽처스와 극장과 TV를 동시에 겨냥한 HD공포영화 4부작 '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를 제작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본격적으로 펼쳐질 HD시대에 맞춰 앞으로 HD영화 제작에 더욱 활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콘텐츠' 싸움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좁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다.

또한 '겨울연가' 등의 드라마가 아시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드라마가 더 이상 국내 시청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시대가 됐다. 드라마는 이제 그 자체의 예술성과는 별개로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기획,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류 열풍의 일등 공신인 드라마의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외부에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당연한 현상. 결국 방송사와 영화사가 '콘텐츠'로서 드라마와 영화에 접근하고 있다.

동시에 방송사는 '연애시대'나 '궁'의 사례에서 보듯이 영화계와의 교류를 통해 고착된 드라마 제작 풍토에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는 장점도 있다. 영화제작사들 입장에서는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팝콘필름의 이천희 이사는 "영화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콘텐츠와 수익선의 다변화"라며 "앞으로 이런 시도는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BC 드라마국 김남원 부국장은 "방송과 영화의 교류는 드라마의 소재를 넓히고 표현 기법을 확대시켜 시청자의 욕구 충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드라마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광을 찾아 미국 서부로 사람들이 몰린 '골드 러시'를 연상케하는 '드라마 러시'가 스타들의 몸값 폭등과 상업적인 드라마의 난립 등의 역기능을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영화제작사가 만든 드라마, 방송사가 만든 영화에 대한 '손익계산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영역 침범' 혹은 '상호 협력'이 순기능을 할지, 부작용을 일으킬지가 한류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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