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포커스>

이은규 / 충북민언련 사무국장

지난 16일 오전 11시에 충북도청 브리핑 룸에서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의 내용은 지난해 발생한 충주시청 기자단의 촌지수수 사건과 그 이후 경과에 대한 충북민언련의 입장을 발표하며 자치단체 견제와 건강한 지역사회 여론형성을 위해 지역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자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부매일, 충청투데이, 새충청일보, 충북방송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도지사후보인 모씨의 기자회견이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지역언론의 충북민언련 활동에 대한 관심이 고맙기까지 했다.

다만 그 다음날 우리들의 기자회견 내용을 지면에 드러내준 곳은 새충청일보가 유일했다. 넘치는 기사들과 그것들을 지면에 선택할 권리는 오롯이 신문사 편집권의 자율이기에 인정하고 존중한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스스로 알아서 할 도리이기에.

다시 그날의 회견자리로 돌아가 보자. 회견문을 발표하고 기자단과의 질의 응답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어느 기자분이 지역언론의 현실을 말하며 ‘충북민언련의 활동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 기자들에게 자치단체와의 관계 등을 말하며 과도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요지의 질문을 했다.

필자가 기자의 질의에 답하면서 한 말은 “지역언론사가 민언련에 대해 아주 깊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충북민언련의 활동은 지역신문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더욱 빛내기 위해 하는 활동입니다. 상대의 가치를 무시하면서 하는 활동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민언련은 지역신문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제정하는데 힘을 쏟았으며 여타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고 상생하기위해 때로는 날선 비판도 할 수 있습니다. 지역신문과 충북민언련의 존재 의의는 지역민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충북민언련의 이런 노력과 활동이 지역신문에 대한 짝사랑이 아니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생긴 기자들과의 공개적인 자리여서 마음 속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덧붙였다.

“충북민언련이 앞에 말씀드렸던 내용의 활동들을 진행하고 지역신문들을 존중한다 해도 지역신문사 내부의 건강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 내부의 건강성이 도모되고 외부환경이 조화로이 어울릴 때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리라 봅니다. 지역신문사 내부의 건강성을 위해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몇몇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자회견은 끝났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를 마시며 기자들과의 편한 대화자리가 저절로 형성됐다. 그때 어느 기자분이 이런 말을 했다.

“지역신문이 여전히 역량의 한계는 있으나 과거와는 다르게 많은 면에서 노력하고 있고 변화 중에 있습니다. 충북민언련이 이런 점을 염두해주셨으면 좋겠고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하신 분들은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필자는 그 기자분의 짧은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지역신문의 노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그렇다. 여전히 관행에 찌든 행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성기사가 뭐에 문제냐는 불감증에 할 말을 잃지만, 그것이 지역신문의 존재의의 마저 부정하고 상생의 파트너임을 거부할 전부의 이유는 아님을 알기에 그렇다.

어제 늦은 밤, 가까운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한 친구가 불쑥 ‘지역신문은 볼게 없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지들 편한데로만 취재하고 기사화 한다’고 비판 어린 말들을 했다. 다른 한 친구가 필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길래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 문제와 한계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외면한다면 문제와 한계는 더더욱 커지고 그 피해는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와. 관심조차 두지 않고 비판한다는 것은 그냥 ‘아님말고’식의 욕이잖아. 어때? 이제라도 지역신문들을 구독해보는게.짝사랑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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