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권 CD기 / 연합뉴스
은행권 CD기 / 연합뉴스

정부의 '돈풀기 부동산 정책대출'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등 '3고 시대' 속에서 부풀대로 부푼 가계부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천95조 원으로 전년 대비 37조 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여파로 신용 등 기타대출이 17조 원 이상 감소한 것과는 달리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무려 51조6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가계대출을 견인한 것은 단연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행했던 디딤돌 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부동산 경기 부양 성격이 짙은 금융정책이 대출증가를 주도했다.

공교롭게도 총선 일정을 앞두고 정책 모기지 자금이 또 한 차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신생아 특례 대출 27조 원과 보금자리대출 10조 원(최대 15조원) 등 새로운 정책자금 집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생아 특례 대출과 보금자리론 대출은 신혼부부와 서민층 주거 안정에 방점을 뒀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자격과 조건, 공급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천문학적 자금이 풀리면 대출 수요를 자극해 또 다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난 2020년을 전후로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부동산 열풍의 폐해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최고점 대비 30~40%까지 매매가 급락이 현실화되면서 이자와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물건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부동산 임의경매로 강제처분 위기에 처한 물건은 전국적으로 총 1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 8천874건, 충북 5천141건, 대전 2천28건, 세종 971건 등 1만7천14건으로 지난해 대비 1.6배 증가했다, 이중 대전은 2022년 대비 2.19배나 늘어 심각한 부동산 침체 현실을 방증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신규 정책 모기지 상품이 자칫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할 때'라는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처분 소득 감소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또 다른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꼼꼼한 점검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차제에 감당하지 못할 부채로 남는다면, 그것은 서민경제 활력을 위한 마중물이 아니라 독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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