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오경숙 / 충북실업극복협의회 취업지원팀장

‘우렁각시’는 아이들이 즐겨읽는 동화를 통해 누구나가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야기이다. 농사꾼 총각이 일을 나간 틈에 집안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밥상까지 차려놓고 사라지는 우렁각시 말이다.

동화에서는 이내 총각과 우렁각시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로 묘사되지만, 우리시대의 우렁각시는 아직도 물동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주에도 수많은 우렁각시가 있다. 그들은 민간단체 혹은 유료 파견업체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가사도우미’들이다.

우리지역에서도 민간단체를 통해 알선되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렁각시들의 존재는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긴 시간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취업을 하고, 또한 이 서비스를 받은 가정도 부지기수인데, 왜 아직도 이들은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이들의 노동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처럼 가부장제 사회의 가정은 남성가장의 수입으로 피부양자인 부인이 가사노동을 담당하며, 아동을 양육하는 구조이다. 이런 가정 안의 여성노동은 피부양자로서 당연한 의무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런 연유로 여성의 가사노동은 늘 평가절하되어 왔고, 이러한 노동에 참여하는 여성(가사도우미) 역시 낮은 처우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여성들이 주로 수행해 왔던 가정안의 돌봄노동은 빠르게 분화되어 가고 있다. 가사도우미 혹은 파출부로 통칭되던 업무가 간병인, 산모도우미, 베이비시터, 실버시터 등 전문화된 교육기관과 교육과정이 형성되어 가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노인요양수발제도처럼 제도화 영역으로 편입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아직도 가사분야의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고용 및 수입의 불안,근로환경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유·무료 알선업체들을 통해 일을 하러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직업소개소를 거칠 경우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부담까지 개인이 져야 하는 등 취업과정에서도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들어, 많은 학자나 연구자들이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 문제에 어느때보다도 천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빈곤여성들이 가장 접근이 용이한 분야인 가사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지원은 미흡하기 그지 없다.

이미 선진국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소득 1만불 시대에서 2만불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여성고용 상승률이 9%를 기록하였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듯, 여성고용의 문제는 더 이상 개별가정의 판단이나, 개별여성의 문제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이 고용창출의 관건이 바로 사회서비스업 분야이고, 이 서비스업의 한 부분이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였던 가사분야의 돌봄노동이 아니던가?
이제,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사업과 마찬가지로,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가사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가사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안정적으로 연결해주는 기능 뿐 아니라, 불완전취업자인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그들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나가는 것과 함께, 국가적인 연구가 함께 진행되어야 할 분야이다.

그런 이유로 가사분야에 취업하는 여성들이나, 이미 취업활동을 통해 누군가의 가사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여성 혹은 그러한 가정들에게 우렁각시는 더 이상 물동이 안의 존재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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