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교육 선구자 생애 재조명… 애국애족 독립 함성 AI·VR로 생생 전달

편집자

"동지들은 합세하여 조국 광복을 기필코 이룩하라". 충북 진천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상설(李相卨·1870~1917) 선생의 뜨겁고 가슴 절절했던 유훈을 담은 '보재 이상설 기념관'이 오는 3월 31일 준공식을 갖고 7월 정식 개관한다. 올해 갑진년은 보재 이상설 선생 순국 107주기인 해다. 이상설 선생은 항일독립운동 뿐 아니라 격동의 구한말 수학, 과학, 철학, 법학, 경제학, 화학, 영어 등 신학문을 후세에 전하고자 애쓴 진정한 민족교육의 선구자다. 기념관 건립 사업은 2013년 보재 이상설 선생 숭모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선생의 독립운동 여정만큼이나 많은 시련을 겪은 뒤 2020년 진천문화원 보재 이상설선생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장주식)를 발족해 진천군(군수 송기섭)과 함께 본격적인 추진에 나서면서 탄력이 붙었다. 그렇게 10여 년 지난한 시간을 넘어 감격스런 완공을 앞두고 있는 기념관을 찾아가봤다.

 

생가·숭렬사·기념관 벨트로 묶어 명소화

충북 진천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모든 활동상을 체계적으로 재조명한 '보재 이상설 기념관'이 오는 3월 31일 준공된다. 사진은 한옥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의 결합체로 설계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여주고 있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 전경. 기념관 앞마당에는 충북 최장 높이인 33.1m의 국기게양대가 자리잡고 있다. /송창희
충북 진천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모든 활동상을 체계적으로 재조명한 '보재 이상설 기념관'이 오는 3월 31일 준공된다. 사진은 한옥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의 결합체로 설계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여주고 있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 전경. 기념관 앞마당에는 충북 최장 높이인 33.1m의 국기게양대가 자리잡고 있다. /송창희

진천군 진천읍 산척리 135번지 일원에 건립된 이상설 기념관은 총 82억원을 들여 연면적 1천508.69㎡, 부지면적 9천404㎡에 기념관, 다목적실, 학예연구실 등을 갖췄다. 인근의 이상설 선생의 생가와 숭렬사를 하나의 벨트로 묶어 명소화했으며, 단일 독립운동가 기념관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이 곳에는 헤이그 특사만이 아닌 이상설 선생의 학문에 대한 천재성, 조선시대 관료로서 구국운동에 앞장 선 모습, 조국 독립을 위해 민족학교 서전서숙을 설립하고 러시아, 중국, 독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파리, 미국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성명회·13도의군·권업회 조직, 북간도 최초의 독립운동기지 한흥동 건설, 대한광복군 정부 수립, 해외독립운동의 발판 마련 등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재조명했다. 특히 AR, VR, 홀로그램 등 최첨단 실감형 전시기법을 도입했으며 관람객들이 인공지능 대화시스템이나 영상물을 통해 당시 현장에 선생과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제공하게 된다.

 

한옥과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결합체로 건축

주심포 양식과 맞배지붕으로 담백하고 절제된 미를 보여주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 내부 / 송창희
주심포 양식과 맞배지붕으로 담백하고 절제된 미를 보여주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 내부 / 송창희

이상설 기념관은 전통미와 현대미를 지닌 두 개의 건물이 맞닿아 있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건축학적 측면에서 한옥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의 결합체로 설계됐다. 목구조부분은 고려후기 전통양식인 주심포 양식을 취하고 있는데 예산 수덕사 대웅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 대표적이다. 이 중 수덕사 대웅전을 모델로 주심포 양식에 맞배지붕으로 담백하고 절제된 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배흘림 기둥의 유려한 곡선이 만나 편안한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구조는 절충식 한옥 형태로 시공해 목구조와 일체감이 있으면서도 절제미를 느낄 수 있다.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켜 만든 연등천정으로 전통한옥의 공간감과 전통미를 느낄 수 있으며 벽체는 회벽마감으로, 바닥은 화강석 판석으로 한옥의 우물마루 패턴을 구현했다. 특히 단층이지만 최고 높이가 13m, 처마길이가 최대 5m 등 주심포 양식 건축물 중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어린이부터 기업·경로당 어르신 등 성금

헤이그 특사. 왼쪽부터 이준, 이상설, 이위종
헤이그 특사. 왼쪽부터 이준, 이상설, 이위종

"나는 조국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은 모두 태우고 그 재마저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 진천군과 추진위는 이상설 선생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런 유언을 남겨 기념관에 전시할 유물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민관합동실무추진단 TF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국내외 수집과 기증·기탁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산술신서, 성명회 선언문, 수리, 백승호초, 화학계몽초, 헤이그특사 신임장, 단검, 초상화 등 69점의 유물을 확보했다. 또한 직계 후손인 이현원, 이재승 씨가 1억원 상당의 흉상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이상설 기념관은 고사리손의 어린이부터 기업의 통 큰 기부, 300여개의 경로당 어르신, 기관·사회단체, 후손 및 문중 등 각계의 관심과 십시일반 모금으로 건립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걷힌 모금이 13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기념관 건립 사업은 진천군민들의 단합과 자긍심 고취는 물론 대내외적으로 '진천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기념관 마당에 33.1m 충북 최장 국기게양대

충북 진천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모든 활동상을 체계적으로 재조명한 '보재 이상설 기념관'이 오는 3월 31일 준공된다. 사진은 한옥 목구조와 철근콘크리트구조의 결합체로 설계돼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여주고 있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 전경. 기념관 앞마당에는 충북 최장 높이인 33.1m의 국기게양대가 자리잡고 있다. /송창희
'보재 이상설 기념관' 앞마당에는 충북 최장 높이인 33.1m의 국기게양대가 자리잡고 있다. /송창희

진천군은 기념관 마당에 선생의 순국일인 3월 31일을 상징하는 높이 33.1m의 충북 최장 국기게양대를 설치했다. 이 태극기는 중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언제나 볼 수 있어 진천의 새로운 상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립추진위는 현재 기념관 진입로 '나라사랑 진천사랑 이상설 무궁화 길 조성 헌수운동'을 펼치고 있다. 진천군과 진천군산림조합, 진천문화원이 함께 오는 3월 21일 진입로 750m, 왕복 1천500m에 총 331그루의 무궁화를 심어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볼거리와 함께 애국애족 정신을 일깨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상근, 신팔균, 윤병한, 박도철 열사 모자 등 진천 출신의 애국지사 25명의 업적과 유물을 전시해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관람객들이 그들의 뜨거웠던 애국애족정신과 결연한 독립정신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독립운동의 산실로 운영되며,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보재 이상설 기념관 건립의 두 주역

# 송기섭 진천군수

"역사교육 특화도시·독립운동 산실로 육성"
 

송기섭 진천군수
송기섭 진천군수

역사교육 특화도시·독립운동 산실로 육성송기섭 군수는 "진천 출신의 보재 이상설 선생은 조선의 대학자이자 조국 독립을 위한 초석을 닦은 독립운동의 선구자"라고 강조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존경심의 발로에서 기념관 건립을 꼭 완성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송 군수는 민간단체가 사업의 주체가 되다보니 속도를 내지 못하던 기념관 건립사업을 진천군과 진천문화원 주도사업으로 변경해 각계의 관심과 성금 기탁을 이끌어 내며 특유의 리더십으로 힘있게 추진했다.

송 군수는 "이상설 기념관은 선생에 대한 부정확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장소이며, 애국애족 정신과 구국정신을 현창할 수 있는 첫 단추"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선생의 건국훈장 승격, 기념관 초입의 진천유치원 활용, 서전서숙 기념탑 설치, 추모광장 조성, 수학캠프 개최 등을 추진해 진천군을 역사교육의 특화도시로 발전시키고 충북의 독립운동 산실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장주식 진천문화원장

장주식 진천문화원장
장주식 진천문화원장

"후대의 사명감으로 완성한 기념관 큰 보람"

보재 이상설 기념관 추진위원장인 장주식 진천문화원장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이정표를 제시한 최고의 독립운동가인 이상설 선생의 위상에 걸맞는 최고의 기념관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대학시절 건축을 전공하고 건설현장 근무경험도 있지만 전통 목조건축과 문화재 전문서적을 공부하며 공사를 지휘했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선생의 외롭고 위대한 여정을 알고 나니 한없이 송구스럽고 그동안의 무지가 부끄러웠다"며 "진천의 후대로서 힘들 때마다 이상설 선생이 나의 친할아버지다, 내가 선생의 손자라는 마음으로 난제를 하나 하나 극복해 나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러한 공로가 인정돼 장 원장은 지난해 6월 호국보훈의 달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장 원장은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이야 다 말로 할 수 없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고, 용기와 힘을 보태준 송기섭 군수와 진천군 공직자, 추진위원, 진천문화원 직원,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 많은 성금 기탁자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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