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이 중앙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갖고 그 지방의 행정사무를 자치기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활동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린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기틀이 제대로 갖춰진 시기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995년이다.

이후 지금까지 강산이 세번이나 변하는 기간이 흘렀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낮은 주민 참여와 비정상적인 선거 관행은 물론, 지방정치인의 자치역량 미흡,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전시행정,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책임성 부족 등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현행 제도상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지방행정 집행에 따른 재정손실과 행정낭비를 초래하더라도 행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 주민 관심도가 낮은 지방행정이 여론의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자치단체장이 선거를 겨냥해 선심행정과 전시행정을 남발해도 크게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

자치단체장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지만 이들의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제도적 뒷받침은 없다.

문제는, 무리하고 불합리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인사권을 가진 자치단체장에게 소신있게 잘못을 지적하는 공무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의회 역시 제 역할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유지되고 있는 현행 제도상 자치단체장과 같은 당 소속인 기초의원들은 현실적으로 집행부 감시와 견제에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

중앙정치권은 공천권을 볼모로 지방의원들을 줄 세우고 결국 지방정치 역시 중앙정치의 잘못된 행태를 답습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동안 정당공천제에 대한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됐지만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행법을 고칠 생각이 추호도 없어보인다.

오로지 당리당략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들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부작용으로 파생되는 모든 책임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법은 책임정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지방정부에서 책임정치는 더욱 강조된다.

특히 주민이 선출한 선출직은 책임이 더욱 엄중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현실은 이런데도, 제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에서 지방자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선하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아쉽다.

여야 정치권은 오로지 모두 이번 선거에서 국회의원 의석 수 늘리는데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자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들리지 않는다.

하긴 수없이 외치고 지적해도 번번이 대답 없는 메아리로 끝나다 보니 시민단체들 역시 지칠 만도 하다.

한편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그만큼 낮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주장을 계속해야 한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치권에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외면하더라도 풀뿌리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나와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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