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노트] 정혜연 플루티스트

새해가 시작되는 음력 1월 1일인 설날. 예년보다 늦은 설에 올해는 2월에 명절을 맞이했다. 한 해의 최초 명절이자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이 지나니 이제야 진정 현재에 사는 것 같다. 조금 늦은 설 명절 때문인지 아니면 입춘이 지나서인지 이제 곧 봄이 찾아올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입춘(立春),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이름의 뜻은 봄의 시작이지만 그와는 다르게 아직은 추위가 머무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입춘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에 장독"오줌독" 깨진다.> 등 관련 속담들이 많은데 모두 입춘이지만 날씨가 여전히 춥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 봄의 시작, 결국 겨울의 끝을 이야기하는 입춘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을 한 계절에 빗댄다면 베토벤의 계절은 겨울일까. 서양음악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손꼽히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독일 본에서 태어나 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전환기에 활동한 주요 음악가다. 특히 우리에게는 청력장애를 가진 음악가로 잘 알려져 있다. 1796년 귀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베토벤은 그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1802년 의사의 권유로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생활을 하기에 이르는데 이때는 베토벤이 음악적으로 성숙하기 시작하며 뛰어난 작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기도 했다. 흔히 아는 비창, 월광 등 피아노 소나타들이 작곡이 되고 현악 사중주, 교향곡 1,2번이 출판되었다. 또한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9개를 작곡했는데 1801년,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바장조 작품번호 24번<Violin Sonata No.5 in F Major, Op.24 'Spring'>을 발표한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의 부제는 '봄.' 베토벤이 직접 붙인 이름은 아니지만 곡의 분위기와 어울려 '봄'으로 불리곤 한다.

베토벤의 곡을 보면 열정 소나타, 운명 교향곡 등 부제가 붙은 곡들이 많다. 그러나 이 부제들은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니라 출판사나 대중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가 직접 붙인 제목은 전원 교향곡, 고별 소나타, 비창 소나타와 같이 그의 곡에서 그 수가 많지 않다. 부제가 붙은 작품은 대개 그 곡의 분위기를 유추 할 수 있는데 작곡가가 직접 붙인 경우는 작곡된 의도를 알 수 있고 전체적인 음악적 특징을 잡아내기 쉬운 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제로 인해 굳어진 이미지로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듣다보면 그 이름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을 때가 많다보니 지금까지 우리에게 부제가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역시, 부제 봄이 연상되는 밝은 주제로 1악장 시작이 시작된다. 2악장은 느리고 아름다운 선율로 진행되고 3악장은 경쾌한 리듬의 트리오 4악장 역시 밝은 론도로 끝나게 된다. 이 곡의 특징으로는 피아노 소나타나 교향곡과 같이 3악장에서 4악장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피아노가 독주악기의 반주 개념을 넘어서 바이올린과 함께 연주하는 균형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초기 음악이지만 이미 낭만주의적 특징이 보인다는 것이 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그의 음악적 발전 때문인지 이 곡은 꽃이 만개한 느낌보다는 꽃봉오리가 연상되는 봄의 초입이 떠오른다.

베토벤은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을 하며 동생들에게 편지를 남기는데, 바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Heiligenstadter Testament)다. 이 유서에는 날로 악화되는 난청에 대한 절망과 음악가로서의 삶에 대한 열망 등이 담겨있는데 결론적으로 그는 이 편지를 동생들에게 부치지 않았고 홀로 고통을 이겨내며 일명 '걸작의 숲'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2월은 생각의 달이다. 왜 2월에 생각의 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생각;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또는 그런 마음./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또는 그런 일.> 많은 뜻 중에서 이 두 가지의 뜻이 와 닿는다.

정혜연 플루티스트
정혜연 플루티스트

거의 모든 청력이 사라질 때까지도 작곡을 멈추지 않은 베토벤. 추운 겨울 같은 삶 속에서도 꽃피운 그의 위대한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또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찌뿌듯했던 몸을 일으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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