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연옥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여보세요? 어르신!! 괜찮으세요?"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이상하다. 폭염이 들끓던 지난해 여름..지병을 앓고 쪽방에 거주하시는 사례관리 어르신이 심상치 않다. 우리는 즉각 출동한다. 바로 현장 방문을 통해 쓰러진 걸 확인하고 119를 불러 응급이송을 해 위기 상황을 모면한 적이 있다.

가족이 없어 응급실에서 검사받는 내내 그분 옆에서 직원과 함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고 입원 수속부터 입원시 필요한 물품까지 챙겨 드렸지만 결국 일주일을 못넘기고 돌아가신 우리가 미처 놓쳤다면 혼자 돌아가실뻔한 아찔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 직원들은 혹서기, 혹한기가 시작되면 안부 전화로 하루를 시작하느라 맘이 바쁘다.

이외에도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해 근로능력 판정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를 3개월 이상 병원진료 동행을 통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사례 △7살이 되도록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장애등록과 장애인활동지원, 드림스타트 연계, 재활치료바우처를 연계하여 지금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수 있도록 도운 사례 △5학년임에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학교 교사와 부모, 장애인발달지원센터와 합동사례를 진행해 지금은 기저귀를 뗀 사례 △남편이 행불되어 외국인배우자가 장애아동을 홀로키우고 있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연계로 한국어교육과 수술비용 지원등으로 자립정착에 도움을 준 사례 등…

매년 우리 면에서는 수십 세대의 가정에 통합사례회의를 통해 단기 및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그 가정에 놓인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모든 사례관리 결과는 찾아가는 방문상담과 사회복지 업무담당 공무원의 관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전화만 하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그분은 어느 뉴스에서 봤을법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아이를 만나지 않고 부모만 상담했다면 그 아이는 현재까지도 장애등록도 마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언어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을 것이다. 또한 외국인배우자는 도움 요청을 할 줄 몰라 장애아동의 수술비를 걱정한 채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의 도움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사례관리업무라는 것이 언론에 드러나는 것만큼 드라마틱하게 극적으로 변화되거나 달라지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우리 면에 알콜중독 아저씨는 여전히 치워도 치워도 변화되지 않는 쓰레기집을 유지하고 계시거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집에서 망상장애로 일체의 도움도 거부한 채 우리를 애태우는 할아버지도 계신다.

매일매일 수십통의 전화로, 각종의 요구사항들로 괴롭히는 민원인도 있어서 분명히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은 얘기한다. 복지사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이연옥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이연옥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그건 맞는 것 같다. 아무나 하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아무나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사명감 없이는…

그래도 24년간 복지업무를 담당하면서 느낀점은"복지는 관심이 답이다"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작은 관심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례관리가 그런 것이다.

키워드

#기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