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교육부장

'늘봄학교'는 양질의 방과후 교육과 돌봄의 질을 제고해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취지로 올 2학기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에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1년 앞당겨 3월부터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오는 2학기부터는 전국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부터 최장 7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것으로 간식비와 중식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단 사회배려자 계층이나 조손 또는 한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순으로 매년 1월 추첨에 의해 선발된다.

'방과후 수업'은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부터 오후 5시까지 수강료, 재료비, 교재비 등 본인 부담으로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선정 기준과 선정 방식은 선착순으로 매 학기 시작전에 신청 받는다.

'돌봄교실'과 '방과후 수업'의 둘을 합친 개념의 '늘봄학교'는 일단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아침 7시부터 최장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보는 시스템이다. 학교내 활동은 물론 기관과 연계해 외부활동도 가능하며 연중 매일 2시간 이내에 석·간식비와 프로그램비가 모두 무료다. 희망학생 100%가 '늘봄학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늘봄학교'는 더 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를 맡아줄 집안 어른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맡기고 일터로 향한다지만 그조차 상황이 되지 않는 집에서는 일찍 일어나 애들 깨우고 나도 준비하고 아이들도 준비해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으로 아침 9시 전에 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근무지로 향한다는 것은 출근 하기도 전에 진을 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3월부터 시범 운영될 '늘봄학교'는 아직 공간적인 문제와 인력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시행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아이들을 최장 13시간 동안 집이 아닌 학교 등 외부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 것일까?

그것도 당초 계획보다 1년을 앞당겨 시행하는 것은 총선을 45일 앞둔 상황에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표를 위한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학교는 물론 전문기관, 기업, 대학 등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쉬고 싶을 때 잠시라도 누워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마련했는지, 마음 편하게 화장실을 가거나 씻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 학교는 실내화 조차 벗을 수 없는 공간인데 정부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더 오래 붙잡아 두려고 하고, 학교는 정부 시책이니까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들도 볼멘 소리를 한다. 실질적으로 맞벌이 부부에게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탄력적 단축근무를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적은 비용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맡아줄테니 일만 더 하라는 이야기인가.

이제 곧 시작되는 늘봄학교의 시범운영을 통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정말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왜 돌봄을 학교로만 가져와야 하는지, 지자체에서는 왜 이에 대한 업무를 얼른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손을 떼려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이지효 교육부장
이지효 교육부장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 나아가 국가적 돌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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